수제비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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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수제비 뒷담화.

by 바람 그리기 2016.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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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익반죽한 밀가루를 밀대로 종이쪽처럼 얇게 밀어

곰삭은 새우젓으로 밑간을 하고 수란을 얹은 수제비를 어머니 점심 진지로 내었다.

 

또, 많아 타령의 시작.

내었던 진지를 자신물통에 엎어버리기 직전까지 가며 버럭 지른 소리.

'내가 혈압에 뒤로 자빠지지! 왜 이렇게 밥때만 되면 힘들게 하시는 겨!'

맘을 다잡고 다시 상에 앉아

'엄마, 이웃들이 다 들어. 저놈은 왜 저렇게 늙은 엄마한테 소리를 지르는지! 나쁜 놈여…! 할 거 아냐. 창피해 죽겠어'

"원래, 이 집안이 목통이 크지. 아버지도 툭 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셨잖아"

선친의 뒷담화를 수제비로 질겅질겅 씹으시다 보니 얼결에 다 잡수셨다.

엄마가 묵은김치를 쪽쪽 찢어 입으로 빨아 밥에 얹어주시던 그때,

내게 단 한 번도 호통을 치신 기억이 없는데…….

 

벌써 두 시 반.

어머니 의료용품 떨어진 것 사다 놓고

저녁 초대 참석할 시간 맞추려면 이제부터 종종거려야겠다.

 

에이스 케넌에 my last date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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