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의 황제와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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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시청률의 황제와 막장 드라마.

by 바람 그리기 201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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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상식으로 용납될 수 없는 상황들로 극이 전개되는 것을 막장 드라마라고 합니다. 단골로 쓰이는 소재엔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라는 주제가 어김없이 사용됩니다. 시청자들은 그런 극 전개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어느 틈엔가 욕지거리를 하면서 티비 앞에 앉아있는 본인을 발견하죠. 제가 기억하는 막장드라마중의 하나는 "아내의 유혹"이었는데요, 눈가에 점을 꼭 찍고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게 복수하던. 눈가에 꼭 찍은 점 하나로 막장의 대열에 등극한 것이 압권이었습니다.

며칠 전, 저녁상 머리에서 티비 드라마 '왼손잡이 아내'가 방영되고 있습니다.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고 줄기차게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숨겨 놓은 아들이 나타나고, 한눈 잠깐 팔면 이 사람이 저 사람이 돼 있고…. 전형적인 막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아 며칠 전에는 눈먼 사람이 눈을 뜨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지 뭡니까? 하마터면 터져 나온 웃음에 입안에 밥알이 다 쏟아질 뻔했습니다.

'햐, 하다 하다 눈먼 사람을 눈을 다 뜨게 하네. 심청전도 아니고...'

물론 과학적으로 전혀 가능성 없는 허구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분이 눈 뜨는 게 극의 전개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싶어 한동안 키득거리며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오늘은 우연히 저와 기별이 닿는 유명 시인의 SNS에 놀러 갔다 왔는데요, 올려놓은 시를 보고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거야 원, 아이들 담벼락에 낙서도 아니고... 막장드라마의 심봉사 코스프레를 볼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댓글 창엔 환호하는 아줌마들이 변함없이 버글버글~.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야, 이 많은 팬 관리하려면 힘들겠다. 원하는 입맛의 시를 올려주려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겠고...'

어쨌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요, 막장이건 뭐건 애들 담벼락 낙서 같은 말장난이건 뭐건 제가 아무 생각 없이 빵 터져서 웃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감정의 카타르시스가 별건가요? 그런 계기로라도 막혔던 기혈이 잠시라도 뚫린 것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소소함에 대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 욕심에 대해서...

내 생각과 일상과 바라보는 시선이, "격과 질을 위한 당위"라는 욕심으로 꼰 동아줄에 목을 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결국엔 그 동아줄에 내 숨통이 끊어질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휴일, 밤이 깊어갑니다.

모두 편안하게 주무시고 활기차게 새로운 주 맞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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