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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떨이를 베고 잤다.
하다 하다 별짓 다 하는 데 재주는 좋지만, "알 수 없어요"다.
담배를 물고 폰을 연다.
내 방에 걸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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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별 광고가 다 달리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광고인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정말 "알 수 없어요"다.
어제는 이불 위에 한 번, 거실 바닥에 또 한 번. 그렇게 재떨이를 두 번 엎었는데.
담배 먹으며 곰곰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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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었으면 버리면 될 일인데 두 번이나 재떨이에 도로 쓸어 담았는지 "알 수 없어요"다.
주문한 무브먼트로 시계 손봐서 정위치 시켰다.
부엌 시계가 예상대로 규격이 안 맞는데, 껌으로 붙이는 꼴로 자르고 늘리고 찝어서 일단 살려놨으니 헛돈질은 안 했다.
"장에서 만난 사둔 엿 한가락 사주고 '달지유? 달지유?'하며 온 장을 쫓아 다닌다-우리 엄니 18번"라더니, 고친 시계 걸린 서재 벽을 자꾸만 올려본다. 이러다 고개까지 돌아갈라...
따뜻한 홍차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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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면서,
"새벽 일찍 벙거지 쓰고 나가 증조할아버지 방 화둑에 걸린 큰 가마솥 앞에 쭈그려 앉아 쇠죽 쒀서, 김 펄펄 나는 죽에 왕겨 섞어 구유에 부어주고. 안마당 뒷마당 쓸고 나서 미루나무 꼭대기에 요란스러운 까치 소리 들으며 동네 한 바퀴 휘이 돌고, 삐그덕 소리 나는 마루를 올라서 방으로 들어와 화로에 얹은 된장에 조반을 드시는 외할아버지 이종구 님"의 그때로 빙의 되었는데,
내가 그분이 된 건지 그분이 내가 되었던 건지 "알 수 없어요"다.
노래,
올리고 보니 신파극이 따로 없네. ㅋㅋㅋ
9시.
어제 한 끼 먹었으니 오늘은 아침부터 차려 먹어보자.
양하영-알 수 없어용
이 아침 내 가슴 속에 일렁이는 바람, "떠나라"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어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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