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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나서 얼른 받아왔어요"
병원에서 집에 도착했을 때, 삼월이 언니가 내민 비닐봉지.
엄마의 월남치마.
마당 끝 샘가의 펌프.
샘 뒤의 장독대.
장독대 옆의 너른 꽃밭.
나무판자를 잇댄 일본식 울타리.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호박 넝쿨. 아주까리. 꽈리나무. 양철지붕 위에 떨어지는 소나기 소리. 아무도 없는 집 차가운 마루에 엎어져 마당에 골을 내며 흘러가는 빗물 바라보기. 저녁이면 멀리 침산리 충렬 탑 입구 교회에서부터 울려 퍼지던 교회 종소리…….
장독대 뒤에 있던 커다란 앵두나무는 그런 내 모든 기억의 시작.
내 가슴에 앵두의 맛을 삼월이 언니가 알고 있다니 신기하다.
서당개 삼 년의 풍월이다.
뇌물 한 봉지 던져 놓고 삼월이 언니는 출타 중이고
씨가 별로인지, 맛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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