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나이, 호적 나이, 만 나이, 윤석열 나이.
용불용설이라고 했는데, 언제인가부터 산술적 사고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지낸 데다가 노화에 따른 뇌 기능 저하까지 닥치고 보니 도통 내 나이가 몇 살인지 가늠하는 것이 헷갈린다.
엊그제 친구와 마주 앉은 술밥자리에서 "아직은 50대"라고 호기롭게 주장했더니, 구글 검색창에 나도 모르는 사이 "60대"로 바뀌어 있다.
"이런..."
조선 대표 검색 포털인 네이버에 여쭈니, 형광펜으로 강조까지 하며 못을 박는다.

쳇GPT에게, 또 다른 AI Gemini에게 물어봐도 변함없다.

5자에서 6자로 이제 빼박인 내 나이의 단위 변환의 인정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환갑 돈케잌까지 받은 놈이 욕심도 과하기는 하지만, 포털에 노출된 현실의 목도 앞에서는 고연히 섭섭해진다. 한 시대의 문을 닫는 일이 말이다.
어느 통계 보도에 따르면, [40세와 60세에 급격하게 신체적 노화가 진행되는 시기]라는데, 그 통계가 아니더라도 사실, 작년 연말 무렵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노화의 증거 앞에 "허~" 장탄식을 뱉고 있었으니 마음 한편으로는 이미 나이의 단위 변환에 수긍하고 있었다는 게 맞겠다.
어쩌다 들린 객사를 제외하고는 평생 방바닥 생활을 한 나. 침대의 효용을 알지 못한 이유도 있겠으나 필요를 느낄 만큼 불편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랬던 내가 작년 연말 어느 날 갑자기 엉덩이가 배기기 시작했다. 맨바닥에 앉는 것도 눕는 것도 불편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부동을 깔고 앉기 시작했고, 둘둘 말아 놓았던 자충 매트도 안방 돌침대 위에 깔아 놓았다.
"늙으니, 궁딩이가 배겨서 맨바닥에 못 앉겠어"라던, 어르신들 말씀도 얼핏 기억나고,
"아니,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궁딩이가 배기니 이게 뭔 일이랴?" 라는 의문도 들고,
"60에 노화가 급격하게 온다더니, 용코 없네!"라는 생각도 들고...
완충 역할을 하던 근육이 지난 몇 년간 점차 소실되어(체중이 시나브로 주는 것을 보면) 온 데다가, 홑요 깔린 잠자리도 챙기지 않고 맨바닥에 눕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불편의 현상을 부르는 모든 조건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일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가 아니라, "벼가 늙으면 힘 빠진 목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자연스레 꺾이는 것"이라는 것이 노화에 대한 평소 지론이던 나. 지금 생각하면, 상학적이냐 하학적이냐의 인식하는 방향의 문제이지 엎치나 메치나 그게 그 말인 게고.
"내가 딱딱한 날 바닥에서 여태 지내지 않았다면, 자부동이나 매트가 주는 이 안락함을 알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
한 시대의 문을 닫고 또 한 시대를 딛으며,
진흙탕에 뒹구는 개같았어도, 오늘에 닿게 한 지난 모든 엉망진창에 대해 감사한 마음.
그저 감사하고 행복해 하는 마음.

202501271359
이문세-나는 행복한 사람
바람종 살강살강 울고, 비가 눈으로 바뀌고 있고...
봉수야, 맘 변하면 뒤진댜 ㅋㅋㅋㅋ. 얼렁 뭐라도 잡솨~
-by, ⓒ 착한(지는?) 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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