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안 계신 자리.
↘해마다 차츰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정오가 다 되어 올리는 차례에 대한 무력한 노여움.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보내는 주취의 문자에 이은 예고 없는 김 가의 방문, 새해 첫날이니 혼자 차분하게 근신하며 보내려고 했는데... 벽두부터 술의 혼미에 빠지는 것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술자리.
유쾌하지 않은 일로 상쾌하지 않은 을미 첫날을 마감하는 귀갓길은,
복잡하게 얽켜버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헤치며 딛는 신명 나지 않는 그저 귀소의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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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누워 쪼그라진 어깨 통증으로 눈 뜨니,
또 개처럼 쓰러져 잠들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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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터진 신음 같은 탄식,
"에이, 새해 첫 밤을 이건 아니잖어..."
그렇게 맞고 보낸 첫날.
어제는 어제고...
갈똥말똥해서(누님 드릴 것은 진작에 냉동시켜 두길 잘한 일이고) 소다 넣고 끓여(워낙 음식 가리지 않는 천민 주둥이이니 이 정도면 훌륭하게 재생된 데다가, 매운 고추 맛이 더 강해짐) 샘에 들여놓았던 들통의 식혜, 소분해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집 앞 대로변의 차, 날 밝을 때 주차단속 없는 뒷골목으로 옮겨 두었고.
쌀 씻어 밥솥에 안치고 마주 앉은 커피.
사람과의 관계도, 예의도,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한계에 닿지 않았다면 감내해야 할 일이고...
바깥채에서 흰떡 한 줌 얻어다 떡국 끓여 먹고 있는데,
서열 1위 셋째가 몸종 편에 누런 누런 봉투 하나를 건네고 간다.
(아이고 지지배, 도대체 설날 용채를 얼마나 두둑하게 넣었으면 노란 봉투라?)
흐뭇하고 대견한 맘으로 봉투를 개봉하니, 도깨비방망이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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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나와라 뚝딱!"
"담배 나와라 뚝딱!"
나오라는 금은보화는 안 나오고 육두문자가 환청처럼 울려 퍼진다.
"애이, 불량품인가베! 속세를 떠나거랏~!"
그냥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올 한 해, 내 가슴을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202501301642목(음을사정월초이틀)
진미령-미운사량 mix 봉수
하다 쉬다... 그믐날 죙일 청소했더니 깨끗해서 좋기는 하다.
대갈통을 빡빡 밀던지, 빠진 머리카락이 어찌나 많던지 원.
-by, ⓒ뒷방 독거노인 혹부리 영감 봉수
방금 확인한 김 가 놈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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