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사의 상사병.
본문 바로가기
낙서/┖ 끽연

이여사의 상사병.

by 바람 그리기 2016. 2. 2.
반응형

 

아침 먹고 치우고 개밥 챙겨주고 커피를 연하게 내려 문을 연다.

이여사는 벌써 바닥 깔개를 정수리 끝까지 덮어쓰고 취침모드로 들어섰다.

'이여사! 어서 일어나시게. 커피 잡숫고 누우시게!'

"나 좀 자야것어. 밤새 속 썩으며 한잠도 못 잤더니……."

 

주말 하루 반나절을 외출한 동안, 남편이자 애인이자 친구이자 아들이자 보호자의 부재에 상사병이 걸려 식음을 거르고 싸고 누웠던 이 여사.

밤사이에 또 다른 애인이자 남편이자 친구이자 든든한 기둥을 향한 상사병에, 벌떡 일어나 집안 문갑을 온통 헤집었다.

 

"연우 고등학교 입학하는디 운동화라도 사 신기려고 아무리 찾아도 없네…."

아침상을 받아놓고 또다시 문갑 서랍들을 살피며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이고 앉아 수저를 들지 않는다.

-외삼촌이 주시고 간 어머니 용채, 어디 뒀는가?

-이따, 집에 가서 줄게요.

 

"그려, 내가 어디다 두면 못 찾을 것 같어 애미한테 맞긴 거 같은디…. 아침 부터 물어보면 기분 나뻐 할까 봐 말았지. 애고, 기숙사 들어가려면 빤스 난닝구도 두 개씩은 사줘야 할 텐데, 밤새 한잠도 못 자고 얼마나 속을 썩였는지…."

며느리가 보내온 문자를 전해 듣고야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밥상에 다가앉는 이여사.

상사병으로 누웠다, 상사병 때문에 일어섰다.

 

독도 되고 약도 되는 기막힌 병.

 

그나저나....

세탁기 안에 가득 엉켜 얼어붙어 동태가 되 있는 빨래는 우얄꼬? 다라이에 옮겨, 안에다 들여놨어야 널든 말든 하지 ㅉㅉㅉ

반응형

'낙서 > ┖ 끽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보 엄마.  (0) 2016.02.05
엉망진창.  (0) 2016.02.04
삼순이 눈 떨어지다.  (0) 2016.02.01
겨울, 해운대.  (0) 2016.01.31
이기대 갈맷길과 스카이 워크.  (0) 2016.01.3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