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욕하는 노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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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마당

일광욕하는 노파 3.

by 바람 그리기 2016.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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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치우고 어제 사 들고 온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어머니께 다듬으시라 하고

찹쌀풀을 쑤어 식히고 김치 물을 만들어 미리 익히려 2층 볕 잘 드는 곳에 올려놓고, 간 김에 독 뚜껑 열어놓고 내려와 다듬은 김칫거리 소금 뿌려 놓고 양푼에 물 올려놓고 들어와 아침 설거지하고 나서, 한풀 죽은 김칫거리를 끓는 물에 데쳐 소쿠리에 받혀 흐르는 물에 담가놓고. 어머니 국이 달랑거려 어제 김칫거리와 함께 사다 놓은 장어와 문어를 씻어 베 자루에 양파, 파, 생강, 마늘과 함께 넣어 들통에 불 댕겨놓고.

주무시는 어머니 깨워 앉히고 점심상 차려 먹고 등에 파스 붙여드리고 설거지하고.

밖으로 모셔 일광욕하시라 안쳐드리고 이제야 콩을 갈아 커피를 내린다.

 

저녁에 모임 다녀오면 오늘 일과는 끝.

 

오래된 집 마당에 앉아 볕을 쐬는 움푹 파인 도마와 어머니의 말라버린 허벅지.

시간이 그렇게 함께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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