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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어도 해마다 화단의 주인으로 피어나던 나팔이.
올해엔 기별이 없다.
호박 넝쿨에 빼앗기고 빈자리가 되니 못내 서운하다. 작년엔 뜬금없이 씨를 받아 어머님 문갑에 넣어두었다. 이리될 것을 예감했음인지….
대문 앞 화분에 얼어 죽은 덩굴장미를 뽑아내고 늦게야 파종을 했더라니,
고맙게도 두 놈이 싹을 틔웠다.
삼월이와 돌쇠가 뜯어먹지 못하게 한동안 잘 살펴야 할 텐데….
올핸 이놈들의 덩굴이 이 벽을 타고 저 하늘 너머에 까지 뻗게 해야겠다.
게으름뱅이 잭이 된 내가 콩나무 넝쿨 대신 나팔꽃 덩굴을 타고 하늘 끝까지 올라,
황금알을 낳는 닭을 훔쳐오든 우렁각시를 훔쳐오든…….
삼월이가 또 암이 났다.
참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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