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첩(重疊)
본문 바로가기
낙서/ㅁ사랑방

중첩(重疊)

by 바람 그리기 2024. 3. 14.
반응형

 

 점심을 먹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노정.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차도 앞까지 차들이 나래비하고 있는 식당.
 트럭 조수석 차창에 턱을 괸 내가 만원인 그 식당을 빠르게 지나치자마자,
 마법사의 주문이라도 걸린 듯 마주 오는 풍경이 저속 재생 화면으로 늘어지고 있었다.

'산장가든' 인근에서


 그렇게 존재의 현상과 기억의 허상이 뒤죽박죽 섞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존재와 부존재의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굴절 이상의 심한 난시안(亂視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입체영화가 조사되고 있는 은막을 보정 안경 없이 바라보는 것처럼, 어슷하게 겹친 분리된 물아(物我)를 경험하는...
 참으로 쓸쓸하고 혼돈스러운 일이었다.

반응형

 지금은 두부모 같은 건물을 올리고 지근의 팔자 난 땅은 모두 주차장으로 늘리도록, 대기표가 당연한 것이 된 문전성시의 식당.
 좁은 토굴이라도 들어가는 듯 절로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면, 열댓 개의 좌식 식탁이 전부였던 조악했던 그 식당.
 이 현상의 존재와 부존재가 된 그 기억의 중첩.

 그때,
 나는 가난하고 배고픈 걸망을 지고 절망스러운 삶의 외줄 위를 아슬아슬 걷고 있었는데.
 내가 그러했던 그때,
 바람처럼 길을 나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202403132625수
 Roy Clark-Yesterday When I Was Young_템포변조 2024
 식모커피 떨어진 걸 깜빡했네.
 ■ 疊【田,17】 거듭 첩/겹쳐질 첩

 -by, ⓒ 성봉수

반응형

'낙서 > ㅁ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으쌰!!!  (0) 2024.03.21
바람 불어 좋은 날.  (1) 2024.03.16
세월은 갑디다.  (0) 2024.03.11
서성이다.  (1) 2024.03.05
기억의 문을 열고...  (0) 2024.03.0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