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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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기억의 문을 열고...

by 바람 그리기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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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하지 않던 SNS 계정을 복원하자 그 안에 저장되어 있는 모텔 발렌타인의 이미지.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가 들어간 시가 떠올랐습니다. 모텔 발렌타인을 마주 보는 골목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끄적거렸던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모텔 발렌타인"의 글귀만 생각날 뿐, 시의 제목도 내용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출간한 세 권의 시집 목차를 열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모텔 발렌타인"이라는 글귀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누가 옮겨 놓은 것은 있으려나?"
 구글링해도 허사였습니다. 출간한 책에 수록한 시는 원본 문서를 따로 보관하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글을 포스팅해 두었던 <끄적끄적> 카테고리를 열고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지난한 일이었지만, 새로 찾은 이 기억의 장면을 그냥 버리기에 서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찾아낸 시의 제목은 「허기 2」였고 시집 『검은 해』에 수록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허기(虛飢) 2 / 성봉수

허기(虛飢) 2 / 성봉수 모텔 발렌테이의 네온사인 하트가 부서지는 유리창을 마주하고 편의점 밖 구석에 웅크려 청춘의 한때를 마중한다 찐 계란 하나 백 원. 쐬주 한 글라스 사백 원. 청자 담배

sbs150127.tistory.com


 그리고 이 시가 2009년에 쓴 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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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스마트 폰을 쓴 것이 "국산 최초의 안드로이드 폰인 LG 안드로-1(LG-KH5200)"였었고,

아쉽고 그리운 포탈, 엠파스...


그 출시일이 2010년이니 그 이전에  쓴 시라는 얘기인데... 그러니 그때 그 폰으로 촬영해서 GIF으로 변환해 놓았다기에는 시간도 어긋나고 화질도 너무 좋은데? 게다가,
 '왜 이 시를 『너의 끈』도 아니고, 『바람 그리기』도 아니고, 『검은 해』에 뒤늦게 수록했을까?'

 담배를 물고 밤새 곰곰 생각하니,
 ↘시를 뒤늦게 수록한 이유는 "미흡한 완성도"에 있었던 듯싶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워 묵혀 놓았는데 끝내는 별다른 개작 없이 그냥 수록했던 듯싶습니다. 포스팅 바탕화면으로 첨부한 음악으로 추론하건대, "흘러가거나 흘러온 시절인연에 대한 순응이나, 그 모든 인연이 무해무득(無害無得)하기를 염원하는 담담한 자조"였던 듯싶습니다.
 ↘저장한 이미지는, 선배와 짠쪼 되었던 한참 후의 어느 여름. 마지막 술자리였던 그곳 파라솔 아래에서 찍어 두었던 거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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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당탕탕"
 서재 창문이 심하게 요동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현관 밖을 나서니 헬리콥터가 낮게 지나갑니다. 바깥채에서 쫓겨난 삼월이가 쪼르르 달려와 애교를 떠는데, 모르쇠 들어왔습니다.


 이틀을 요란하던 바람종도 잠잠해진 3.1절 연휴.
 그 둘째 날도 다 저물었습니다.
 
 2009년.
 마흔다섯.
 지금 생각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사내다웠던 시절이었는데,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너무 허무하게 떠나왔습니다.
 ↘그대 얼굴이여,
 ↘어디에서건 그저 평화롭기를 빕니다.
 ↘평화롭게 늙어가기를 빕니다.

 

 
 202403021728토
 Phil_Coulter-Any_Dream_Will_Do

 -by, ⓒ 성봉수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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