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가 자꾸 삐들삐들 말라간다.
여름 나느라 힘이 부친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찜찜하다.
기름진 냄새가 안 나면 통 사료에 입을 대지 않아 그런 것 같긴 한데,
혹시 몰라 우산을 쓰고 나가 구충제를 사 왔다.
돌아오는 길,
중년의 마른 사내가 박스로 비를 피하며 스쳐간다.
(이 흔한 세상에...)
방향이 같으니 같은 노정까지라도 우산을 함께 쓰자고 해야 하나?
생각이 입에 닿기도 전에 서둘러 멀어진다.
별 것 아닌 것에 머뭇거리는 나를 되돌아보며 읊조렸다.
'나도 별 수 없이 세상 흐름에 순응하며 그저 그렇게 살고 있구나...'
책상 앞의 usb선풍기를 바꿨다.
어제, 바깥채 지붕 누수되는 곳에 껌을 붙여 놓으려고 빈 pet병을 찾아 재활용 쓰레기 모아 놓은 것을 뒤적이다가 발견했다.
퇴근한 삼월이 언니 왈,
"셋째가 사무실 책상에서 쓰라고 준 건데 안 쓰고 놓아뒀더니 아이들이 버렸다. 버린 것을 다시 주워 놓고 다시 버리기를 몇 번. 이번엔 그냥 버리기로 맘먹고 내놨다"는
그것을 내가 다시 주워 들고 왔다.
"인형도 있는데?"
삼월이 언니가 쓰레기 모아 놓은 곳에 가서 때가 고질 거리는 '키티'를 주워다 준다. 그러면서 내 뒤통수에 뱉는다. "쓰는 사람이 닦아서 써야지!"
그래서 오늘 샤워하러 나가며 모시고 가서 닦아 올려놓았다. 그런데, 책장 위 컵 속에 들어앉은 키티는 또 파업 중이다.
첫 커피를 먹는다.
삼월이 언니가 어디서 얻어다 쟁여 놓은 가루 커피.
맛이라고는 쓴 맛뿐이다.
익모초 내린 물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징그럽게 쓰다.
쓰거나 말거나,
차를 맛으로 먹으랴만...
내일은 조부님 기일.
퇴근하고 제수 흥정하러 가자고 하더니, 분명 퇴근한 것 같은데 기척이 없다.
아,
라면 한 끼로 채운 속이 다 비었는지 허기가 진다.
흠...
내일이 기일인 것을 왜 기척이 없는지 여태 나 혼자 몸 달아했네.
비 엄청온다.
배구퍼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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