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산 포도솔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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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초례산 포도솔방울.

by 바람 그리기 2015.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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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위에 놓고 가겠습니다"

'아…. 예….'

 

어머니 투석을 시작하고 점심 자시는 것을 챙기기 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술실을 확장하려 같은 층의 나머지 공간에 근 일 주일을 공사하더니 오늘 추가분의 침대가 도착했습니다. 당연히 내가 손을 보태야 할 일이니 그것에 매달리느라 빈집에 놓고 간 택배를 확인하지 못했지요.

 

이동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완성된 침대 9대를 1층 로비에 널려놓고 화물차가 떠났습니다.

<반을 접-을 수만 있으면-어도 엘리베이터에 투입불능>

바퀴와 상하 가리개를 떼어내고도, 엘리베이터에 넣는다는 것이 구겨 넣었다 할 만큼 낑낑거리며 힘이 들고 요령이 필요한 일이었죠.

4층으로 옮기고 다시 조립하고…….

어쨌건 어머님 살펴주시는 고마움에 면은 세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리고 저녁을 챙겨 먹고….

그제야 신발장 위에 놓인 택배 상자를 떠올립니다.

이미 눈에 익은 반가운 이름.

'번번이 신세를 져서 어쩌느냐….

맘 쓰기가 동기간보다 낫다.'

어머님께서 더 고마워하십니다.

 

[ 성시인님

땡구가 사는 마을 뒷산 초례산에서

맑은 솔방울 한줌 따서 우체국 택배로 부쳐드렸습니다.

술 담그시고 택배는 6. 26 도착예정입니다. ]

 

짙은 솔 향이 알싸하게 퍼져나옵니다.

그 크기가 딱 먹기 좋게 익은 포도알만 합니다.

적당하게 섞인 새 솔잎이, 법사님의 울력에 깃든 정성을 읽습니다.

 

무용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삼류 잡놈의 덜떨어진 자해의 사유가 용맹정진의 수행자가 겪는 치열한 깨닳음의 치통과 비교가 되겠습니까만,

제 미련스런 나태함의 잡념에, 치통의 양심이라도 있으라 후려치는 죽비의 호통으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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