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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 오십 분.
저녁으로 먹은 떡볶이 상을 발치로 물리고 뉴스를 보며 뭉그적거리는데 까뭇 졸리다.
평소와 다르게 어항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었더니, 정수기에서 졸졸 떨어지는 물소리로 최면에 든 듯싶다.
그 백색소음의 평화를 놓치고 싶지 않아 벌떡 일어나 거실 등을 끄고 TV와 거실 등을 끄고 그대로 누었다.-혹, 흐름이 깨질까 봐 서재 컴과 등을 끄는 수고로움은 포기했다.
여덟 시 반까지.
그렇게 잠으로 드는 데 성공했다.
잠에서 깨며 든 생각,
'평상으로의 복귀는 어찌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요강을 들고 현관문을 밀치며 맞은 늦은 하루.
맞은편 담에 붙은 거울을 차지하고 있는 낯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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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이 활짝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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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에서도 향이 나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직 벌지 않은 봉오리 몇 개쯤, 거실 화병으로 옮겨 놓아야 할까 보다.
삼월이 아줌마.
쓰레빠 끄는 기척에 뒤늦게 달려와 한 차례 꼬리풍차를 돌리고는 지 맘대로 온 길을 되돌아 쪼르르 내뺀다.
고개를 아래로 쑤셔 박고 앞으로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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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랬더니,
예전 가출할 때 꼭 저 모습으로 돌진하다가 사라졌다.
바람종이 고즈넉하게 우는 한가한 일요일.
지금부터 슬슬 채비하고 나갈 모양이다.
너무 잤더니 허리가 아프넷.
박재홍-휘파람불며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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