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운 메주를 처마 아래에 내다 걸고, 짚탑시기 쓸어 화단에 버리는데 삼월이가 대가리를 빼꼼 내밀고 갸웃거린다.
어휴...
오만 잡것 쌓아놓는 것까지 제 언니를 똑 닮았다. 슬리퍼 두 짝을 꺼낸다. 새것이건 헌 것이건, 물어다 쟁여놓건 쟁여놓고 질겅질겅 씹건 말건, 뭐라는 사람이 없는 희한한 집. 안채와 바깥채 오가는 몇 걸음을 애건 어른이건, 없으면 그냥 맨발로 오가는 집. 그러면서도 일 년에 한 두 번 비질을 할까 말까 한 집. 참으로 희한한 집.
꼬리잡잡, 메주 띄운 냄새 환기를 위해 거실문을 잠시 열고 서 있는데 삼월이가 조르르 달려와 아양을 떤다. 입도 대지 않은 것에 또 한 줌 사료를 던져주고 출근한 모양인데... 추운데 빈속이니 엄청 배고플 텐데, 웬만하면 그냥 먹지 않고...
화단.
흔적 없이 사라진 장미.
딱 그만큼만 함께 있다 떠나갔다.
그때의 장미는 그때의 장미였나보다.
냉정하다.
내 시간과 당신의 시간에 대한 확실한 단절.
식은 식모커피를 넘긴다.
자전거 받침대 젖히는 소리가 들린다.
가장 님 퇴근하는 모양이다.
*축생의 크기만큼의 심성이면 축생계. 인간의 크기를 지닌 심성이면 인간계. 아수라, 지옥이건 천상계이건 그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건 본성이 변하지 않는한 그 모든게 나다. 나는 그렇게 쉼없는 윤회의 바퀴를 굴려 여기에 있다. 비우자 하는 것 조차 화두가 될때 집착이 되고 집착은 욕심이 되고 욕심은 본성을 바꾸지 못한다. 가진 것이 없는 것, 비우려는 마음 조차 없는 것. 그 어느것에도 맺힘이 없는 것... 광대무변의 마음. 진아.
... 범부의 삶으로 다가가기엔 참으로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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