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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어머님과 점심상을 마주하고 앉았는데
단식 중인 연주가 피티병에 가득 담은 물병을 들고 건너왔습니다.
"아…. 맛있겠다"
'연주야, 아빠 저거 샀다. 여덟 벌에 삼만팔천구백 원이면 싸지?'
"깔깔깔~~ 정말요? 아빠 정말 주부 다 되었어요. 근데, 정말 싸다. 이 시간에 싼 거 하는구나……."
'응. 평일 이 시간에 티브이 앞에 앉은 사람이 전업주부밖에 더 있겠어. 그러니 명품이나 고가 물건을 살 일이 없을 테니….'
"아…. 그렇구나"
"저 정도면 여름은 충분히 나겠는데요?"
'여름은…. 아빠 평생 입을 거야'
속 옷 나부랭이들을 빨고 있는데
때맞춰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딱 그 금액에 어울리는 품질입니다. 8벌 모두 색이 칙칙한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중 연파랑. 연고동. 자주색의 세 벌을 세탁해 널어놨습니다.
100호를 주문할까? 105호를 주문할까? 고민하다 105를 주문했습니다. 입어보니 좀 풍성해도 어깨선은 맞는군요. 100호를 주문했다면 이쁘게는 입겠지만, 배불뚝이 아저씨가 싸구려 티 입으면서 숨 참고 반 호흡하며 다닐 일이 무언가 싶어 편한 선택을 했습니다. 늘어나지만 않으면 되는데…. 늘어나면 이참에 잠옷 한벌 장만한 셈 치렵니다. 살다 보니, 별일을 다 합니다.
비에 젖은 깔개를 치워뒀더니,
돌쇠란 놈, 빗자루에 턱을 괴고 오수에 빠진 모습이 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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