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날 내리는 비.
봄을 여는 마중물이었으면 좋으련만, 연휴 내 이어질 한파와 폭설 예보.
그 어느 날의 기억 속에,
"참 길기도 했던 그해 겨울"이 되리라고.
비에 젖은 마당을 내려서 골목 끝 대문을 멀찌감치 바라보고 들어와 담배를 문다.
"문교부 새경 타는 인간이 셋이나 있으면서, 태극기 거는 일이 딴 세상일이니..."
혀를 차는 찰나, 티브이에서 3·1절 기념식이 시작됐다.
내 누이동생들과 학교에 다니던 고만고만한 그 시절의 오늘 같은 날이면, 태극기 게양의 선수를 빼길까! 노심초사했고. 그런 날이면 몹시 서운했는데...
마빡에 쇠털 벗겨진 무렵에는, 깜빡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후다닥 일어나 태극기 걸린 것을 확인했고. 청명한 날씨에 펄럭거리는 깃발을 보며, 아버님께 미안해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되돌아서고는 했는데.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이건 아니라고 봐"
곳 비가 올 것 같아 그냥 들어왔는데, 그때의 아버지처럼 거는 게 옳지.

쌈박질로 끝난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회담을 보면서 느끼는 만감.
영국이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마치 2차 대전 종전 처리를 위해 열렸던 얄타회담에 대한 기시감.
"젤렌스키가 한 달만 더 회담을 끌었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불합리한 조건으로 러시아의 침략이 불가능했을 거라는..."
국가 지도자의 능력에 대한 예전 어느 논평과, 개인적 감정과 국가적 이익 사이에 고민해야 하는 지도자의 고뇌가 딱하기도 하고.
우리나라나 거기나,
역시 검증되지 않은 초짜의 한계를 목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크라이나.
아, 이 비정한 약육강식의 현실.
202503012412토
배따라기-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mix 무각굴의 비
-by, ⓒ 성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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