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개미와 베짱이1 베짱이 된 날. 여느 날과 같이 술밥상을 차려 앉았고. 냉장고에 삐들거리는 시금치 반 줌과 당근 반토막 남은 것 정리할 겸 돼지괴기를 볶었고. 여느 날과 같이 술상 발치로 밀어 놓고 피시식 잠들었고. 푸우며 도라에몽이며 어쩌면 빗자루와 고무나무 정령들까지, 구겨 버린 종이처럼 형광등 아래 찌그러진 나를 올라타 밤새 걸리버여행기 놀이를 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인지, 아구구구 신음을 내며 여느 날과같이 찌부둥둥한 몸을 살살 달래며 꿈도 아니고 생시도 아닌 시간에서 눈을 떴고. 여느 날과 같이 영등포역 노숙자보다 나을 것 없는 먼지투성이 옷 챙겨 입고 품 팔러 나섰고. 집에 돌아와 대문을 밀칠 때, 여느 날과 다르게 삼월이가 골목 끝까지 쫓아오며 반겨줬고. 여느 날과 다르게 일곱 시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밥상을 .. 2024. 3. 2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