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고라니1 장 그대로. 현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무심코 바라본 멀리 오송의 뜰. 머지않아 대단위 공단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될 곳. 황사로 혼탁해진 하늘 저 끝 언덕 위 공장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내 첫 직장으로 잠깐 스쳐왔던 곳. 지금도 그곳에는 그곳을 최선이라 여기는 누구의 아들딸, 어머니 아버지가 노동의 품을 팔며 신성한 땀을 흘리고 있겠지. "이 양반은 왜 기저귀를 차고 다녀?" 지난번 잡부에서 마주쳤던 영감탱이, 누더기 엉덩이에 기운 누루미를 보고 또 재미들린 추임새를 넣는다. 등골에 땀이 흐르도록 이른 더위가 왔던 날. 담배 먹는 막간에 바람을 따라 시선이 멈춘 곳, 부서지는 햇살이 은혜롭다. 대문에서 우편물 한 뭉텅이를 꺼내며 잡부에서 돌아왔다. 고추 모종에 첫 추비를 주고 씻고 들어와 빨아 말려 걷어 던.. 2023. 4. 22.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