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기억의 미로1 기억의 미로를 걷다. 다섯 시 반. 모처럼의 자위적 왜곡 없는 날것의 시간, 안과 밖 창이 모두 훤하다. 나의 일조는 점점 짧아지고 그런 나를 집어삼키는 묵비의 광명은 불식간에, 모가지에 차올라 있다. 존재와 비존재가 상충하는 이 극명한 명암. 그 바닥을 더듬적거려 담배를 물고 하루를 연다. 그렇게 연 하루. 잡부에서 돌아오는데 아침까지 그대로였던 봉오리 하나가 혼자서 툭, 터져있다. '오래된 집 마당에 드는 잠깐의 빛. 그 빛에 간절한 모가지를 길게 빼고 또 한 계절을 살아낸 네게 감사한다.' 저녁부터 비 예보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나 그러고 싶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조루를 들고 위아래로 다니며 푸성귀와 화단에 물을 줬다. 그러고는 샘에 쭈그려 앉아 얼추 일주일 전 선영 산골짜기 발치에서 뜯어 온 쑥을 .. 2023. 4. 29.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