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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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4

젊은 그대들에게. 필터를 통과한 담배 연기처럼 서재 커튼에 걸러진 음악이 맺음 없이 두런두런 거실 바닥으로 배어 나옵니다. 내가 리믹스한 음악 "먼 훗날"입니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참으로 쓸쓸합니다. 그 쓸쓸함이 나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정확하게 새로 네 시입니다. 샘으로 나가 절여 놓은 배추 마지막으로 뒤집어 주고 들어왔습니다. 두어 시간 후면 원한만큼 제대로 절여질 것 같습니다. 일어난 김에 커피 한 잔 타서 커튼을 밀치고 서재로 들어왔습니다. 들어오면서 생각하니, "겨울이면 늘 힘들던 내 습성은 바로 이 무렵의 경험이 각인되어 그랬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지독히도 아팠던 시절이었습니다. 지독히도 외롭던 시절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참 지독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렇게 문득 그 시절을 생각하며 그.. 2024. 11. 15.
돼지 발에 땀나다. \배추 뽑아 다듬어 절이고. 뽑아 놓은 무, 상투 자르고. 그물망에 베베 꼬여 말라 붙은 하늘마 마른 덩굴, 일일이 가위질해 훑어 내리고. 배추 덮었던 부직포와 비닐, 빨랫줄에 널었다 개켜 치우고. 배추·무 길렀던 화분, 옥상 처마 아래로 열 맞춰 정리하며 탑시기와 흙, 쓸어 치우고. 속으로 쓸 파, 쪽파, 무 썰어 놓고. 남은 무는 박지용으로 숭덩숭덩 썰어 놓고. 황석어 젓, 대가리 떼며 지느러미 정리하고. 정리한 것에 추젓 보태 믹서기에 갈고. 씻은 청각 밥풀 만하게 칼로 조지고. 간 젓에, 해동한 마늘과 생강, 조진 청각 섞어 랩 씌워 놓고. 백김치 실고추 대신 할 당근, 실처럼 반 쪽 썰어 놓고. 찹쌀풀 한 냄비 쑤어놓고. 자정에 샘에 나가, 짜부라진 배추, 한 통으로 모아 뒤집어 놓고. \일어나.. 2023. 12. 3.
볼 것 없이 요리는 설거지까지가 완성. 알면서도 치우지 않고 그냥 둔 것, 담은 봉지 도로 쏟아 전수 검사할 테니... 손 봐서 다 절여 놓고, 부재료도 씻어 건져 뒀으니 이따가 맘 내키면 무채나 썰어주던지... Nina_Simone_-_Jac Ross-Dont_Let_Me_Be_Misunderstood 2022. 11. 18.
김장 ☆~ 시든 파 / 성봉수 ~☆ 시든 파 / 성봉수 조금이라도 실한 것을 고르느라 조릿대만 한 몇 개가 담긴 봉투를 재켜보고 뒤집어도 보고 들었다 놓기를 몇 번 그렇게 사다 놓고 며칠 부엌 구석에 쑤셔박혀 꾸들꾸들 말라간 blog.daum.net 김장은 하셨나요? 어린 기억 속의 그 날은 왜 그렇게 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식 주택의 긴 나무 마루를, 발꼬락을 움츠리고 동동동 뛰어가며 움쑥 들어간 복도 끝 부엌으로 심부름 가던 생각이 납니다. 품앗이를 위해 마당 가득 둘러앉은 동네 이웃 아줌마들. 누구네 엄마, 누구네 엄마, 누구네 엄마... 한결같이 머리에 둘렀던 수건. 코와 입에서 연신 나오던 김. 기웃거리다 지청구 맞는 개. 그리고, 가끔 터져 나오던 아주머니들의 알 수 없던 박장대소. "김장 날은..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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