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발에 땀나다.
본문 바로가기
낙서/ㅁ사랑방

돼지 발에 땀나다.

by 바람 그리기 2023. 12. 3.
반응형

 

 \배추 뽑아 다듬어 절이고.
 뽑아 놓은 무, 상투 자르고.
 그물망에 베베 꼬여 말라 붙은 하늘마 마른 덩굴, 일일이 가위질해 훑어 내리고.
 배추 덮었던 부직포와 비닐, 빨랫줄에 널었다 개켜 치우고.
 배추·무 길렀던 화분, 옥상 처마 아래로 열 맞춰 정리하며 탑시기와 흙, 쓸어 치우고.
 속으로 쓸 파, 쪽파, 무 썰어 놓고.
 남은 무는 박지용으로 숭덩숭덩 썰어 놓고.
 황석어 젓, 대가리 떼며 지느러미 정리하고.
 정리한 것에 추젓 보태 믹서기에 갈고.
 씻은 청각 밥풀 만하게 칼로 조지고.
 간 젓에, 해동한 마늘과 생강, 조진 청각 섞어 랩 씌워 놓고.
 백김치 실고추 대신 할 당근, 실처럼 반 쪽 썰어 놓고.
 찹쌀풀 한 냄비 쑤어놓고.
 자정에 샘에 나가,
 짜부라진 배추, 한 통으로 모아 뒤집어 놓고.

반응형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샘에 가 절은 배추 씻어 헹궈 채반에 받쳐 놓고.
 광에 가서 갑바 꺼내다 거실에 깔고, 스테인리스 다라에 속재료 모두 쏟아 무 부러지지 않게 살살 버무려 놓고.
 물 빠진 배추 들고 들어와 백김치부터 한 통 담아 놓고, 나머지 속에 고춧가루 보태 한번 더 살살 버무리며 간 보태서, 박지 켜켜 깔며 두 통 담고. 담은 김치에 우거지 포옥 씌우고. 백김치 국물 삼삼하게 만들어 자작하게 부어 마무리하고.

반응형


 우선 먹을 한 통과 백김치는 발효균 활성화 되라고 거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한 통은 우거지 위에 소금 한 줌 더 뿌려 마무리해, 지난번 담아 맛이 들랑 말랑 한 동치미와 함께  청소해 둔 김치 냉장고 전원 넣고 넣어 두고.
 설거지거리 모두 샘으로 들고 가 씻어 정리하고, 빨은 갑바 가져다 옥상 빨랫줄에 널고. 널러 가는 김에, 지난번 여행에서 돌아오며 청주공항역 입구 논에서 걷어 온 볏짚 반 단도 가지고 올라가 마르라고 펼쳐 놓고.
 내려와, 어제 자르고 손질하고 씻어 물기 빠지라고 빨랫줄에 걸어 놓았던 시래기, 옷걸이에 나눠 걸어 옥상에 가져다 널고.
 젓갈 튀어 짠내 나는 옷 모두 벗어 입었던 앞치마와 함께 빨아 널고. 빠는 김에 걸레 모두 가져나가 함께 빨고(서재 책상용 걸레가 어디 갔지?). 빤 걸레 가지고 들어와 김장 담근 바닥 훔치고.
 삼월이 언니께서 친정 다녀오며 배급 준 김밥 한 줄에 컵라면 삶아 아점 먹고.

 지난번 삼월이 언니 친정에서 가져온 무. 대가리 사정없이 댕강한 무. 자루째로 거실 앞 한 데에 그냥 있던 무. 여행 다녀오니 안채 부엌에 들여놓은 무 들은 자루. 어젯밤 내가 기른 무로 김장 속 썰며, 박지 감으로 보태려 썰어보니 진작에 바람 드신 무. 그래서 귀가하신 삼월이 언니께 "이거 다 바람 들었으니 뭐를 하든 얼른 처치하시게"했더니, 없어진 무들은 자루. 건너채 건너가니 자루 밖 낱개로,  신발 벗어 놓는 곳에 모셔 놓은 무. "큰 거는 그때 가져왔을 때, 바람 들까 봐 얼른 냉장고에 넣었쥬!"라며, 볼 것 없이 봄까지 삼월이 개털 뒤집어쓰며 그 자리 지키다가 삐득삐득 미라 되어 버려질 무. 그 무를 가져다가 절이고. 절이는 동안 용변 보고 씻고 건너와 벌렁 누워 담배 먹으며, 손 놀리느니 유튜브에 숏 몇 개 올리고... 절인 무 두 번 헹궈 건져 놓고, 물기 빼는 동안 파 씻고 마늘 두드려 다지고, 어제 덜어 놓은 생강 보태 액젓과 뉴슈가 넣고 매콤 달곰하게 깍두기 담아 소분한 한 통 건네다 놓고, 내 먹을 것은 맛들라고 부엌 바닥에 그냥 놓고.
 그리고 커피 타서 서재로.

반응형


 \어제오늘,
 건강검진받고 온 오후부터 쉴 틈 없이 동동거리며 일 많이 했습니다.
 이제야, 12월도 벌써 셋째 날이라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저기, 송년모임에 바쁜 달입니다.
 오늘 이 두런거림에 무슨 곡을 함께 올릴까? 고민합니다.
 이쯤에서 캐럴 한 곡쯤은 괜찮지도 싶고요.

 저무는 한 해.
 마지막달의 첫 휴일 다 갔습니다.
 편한 밤 보내시길요.

 

 
 2023마지막달첫번째일요일오후8시10
 Wham-Last_Christmas
 이 곡도 캐럴이 맞나요?
 암튼...
 그 무렵 지하 음악다방에 들어서며 맡던 석유난로 그을음 냄새,
 지금 서재에 가득합니다.
 냉골 시베리아를 한탄하던 큰 애가 건너채에서 쓰던 석유온풍기 덕입니다.
 그래서 올 겨울은 무릎 시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래서, 이렇게 점점 돼지가 돼가고 있습니다.
 속이 쓰린 건지, 배가 고픈 건지...

 -by, ⓒ 성봉수

반응형

'낙서 > ㅁ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꿈 꿔~!  (0) 2023.12.09
고맙습니다.  (4) 2023.12.06
자알 댕겨왔습니다~!  (64) 2023.11.28
여기는 빼뜨꽁.  (1) 2023.11.23
에라, 모르것습다.  (2) 2023.11.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