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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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김장

by 바람 그리기 2020.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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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든 파 / 성봉수 ~☆

시든 파 / 성봉수 조금이라도 실한 것을 고르느라 조릿대만 한 몇 개가 담긴 봉투를 재켜보고 뒤집어도 보고 들었다 놓기를 몇 번 그렇게 사다 놓고 며칠 부엌 구석에 쑤셔박혀 꾸들꾸들 말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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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은 하셨나요?
 어린 기억 속의 그 날은 왜 그렇게 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식 주택의 긴 나무 마루를, 발꼬락을 움츠리고 동동동 뛰어가며 움쑥 들어간 복도 끝 부엌으로 심부름 가던 생각이 납니다.

 품앗이를 위해 마당 가득 둘러앉은 동네 이웃 아줌마들.
 누구네 엄마, 누구네 엄마, 누구네 엄마... 한결같이 머리에 둘렀던 수건.
 코와 입에서 연신 나오던 김.
 기웃거리다 지청구 맞는 개.
 그리고,
 가끔 터져 나오던 아주머니들의 알 수 없던 박장대소.

 "김장 날은 수육 삶는 날"이라는 말은,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대가족 공무원 박봉에 괴기 구경이 쉬운 일은 아니었겠죠. 대신 어머님은, 마당 한쪽에 큰 솥을 걸고 가을 단 무와 두부를 넉넉하게 넣은 동태찌개를 버얼겋고 시원하게 끓여 내셨습니다.
 그래서 이맘때면, 전 아직도 '수육'이 아니라 '동태찌개'가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생각하니,
 그때도 어머님은 동태 대가리만 잡수신 거 같습니다. 아무리 어두육미라 하지만, 어머님인들 실한 토막 한 개쯤 잡숫고 싶지 않았겠어요?

 두 접, 세 접씩 김장을 하던 시절.
 당연하다 여기던 참 곤궁하고 가난했던 시절.
 그렇게 밀알이 되어 사라져간 시절...

*점슴 먹고(정확히는 아점),
 어제 오후에 서른 포기 가웃 절여놓은 배추 건져 헹궈 김장 시작합니다.

 편한 주말 보내소서.

 


 시인 성봉수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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