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내 밖의 나1 문밖의 나 나는 다를 것 없이 저녁상을 발치로 밀어두고 잠들었다. 잠들었다가 새로 두 시 무렵 어설픈 한기를 느끼며 부스스 눈을 떴다. 혼자 떠들고 있는 텔레비전이며 환하게 켜 있는 형광등이며 걷어 던져둔 빨래와 널브러진 책과 수북이 쌓인 담뱃갑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그렇게 다를 것 없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나는 문밖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었다. 넋 빠진 사람처럼 문밖에 서서, 젖먹이를 잃고 산발한 머리로 울부짖으며 거리를 헤매는 광녀처럼 첫 새끼를 뗀 어미 개가 안달이 나 온 마당을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그렇게 서 있는 것이었다. 낮에 마주한 은행잎 날리던 가로의 풍광 때문이었건 단풍 앞에 마주했던 사흘 동안의 뜻밖의 외출 때문이었건 아무튼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이 나는 문밖에 그렇게 홀로 서 있던.. 2022. 10. 29.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