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내 폰에서1 울 안에서. '청탁받은 원고, 어느 것을 기워 보내야 할까?' 몸과 눈과 귀가 어느 곳에 무엇을 보며 들리건, 종일 잡고 있던 생각. 그렇게 종일 더듬다, 기억의 어레미를 빠져나온 덜 여문 씨앗들을 추려 저녁 무렵 폰을 열었다. 작년 여름 끝무렵, 골목 깊이 내려 앉은 어둠의 뿌리에서 솟은 어스름의 예배당 불빛. 올 봄, 마당 화단에서 옷 어디에 매달려와 방바닥에 떨어졌던 손톱만 한 앵도화. 봄이 끝나갈 무렵, 보아주는 이 없는 우체국 담벼락에 달라붙어 연신 석양에 부서지는 바람을 그리던 측백나무. 여름의 초입. 만월의 빛을 잡아먹은 휘황한 주점 거리를, 술에 취한 저는 다리의 사내가 멀어지던 뒷모습. 오래된 집. 혜량 없는 인연겁 같이 물고 물린 안방 미닫이 문의 무늬들. 삼 년 전 어느 날. 병원 모시는 황사길에.. 2020. 10. 5.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