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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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울 안에서.

by 바람 그리기 202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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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받은 원고,

 어느 것을 기워 보내야 할까?'

 몸과 눈과 귀가 어느 곳에 무엇을 보며 들리건, 종일 잡고 있던 생각.

 

 그렇게 종일 더듬다,

 기억의 어레미를 빠져나온 덜 여문 씨앗들을 추려 저녁 무렵 폰을 열었다.

 

 작년 여름 끝무렵,

 골목 깊이 내려 앉은 어둠의 뿌리에서 솟은 어스름의 예배당 불빛.

 

 

 올 봄,

 마당 화단에서 옷 어디에 매달려와 방바닥에 떨어졌던 손톱만 한 앵도화.

 

 

 봄이 끝나갈 무렵,

 보아주는 이 없는 우체국 담벼락에 달라붙어 연신 석양에 부서지는 바람을 그리던 측백나무.

 

 

 여름의 초입.

 만월의 빛을 잡아먹은 휘황한 주점 거리를,

 술에 취한 저는 다리의 사내가 멀어지던 뒷모습.

 

 

 오래된 집.

 혜량 없는 인연겁 같이 물고 물린 안방 미닫이 문의 무늬들.

 

 

 삼 년 전 어느 날.

 병원 모시는 황사길에 씌워드렸다가 다음 외출 때 다시 씌워드리려고 내 책꽂이 한쪽에 올려두었던,

 어머니의 화장품 묻은 일회용 마스크.

 

 

 그리고,

 멀게는 수년 전부터 최근 몇 달 전까지.

 순간마다 옭아 놓았던 내 안의 나.

 


 

 끝내 어느 것 하나 내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했다. 

 

 밖을 볼 수 없는 울이 언제부터인지 의식의 마당에 겹겹이 둘러쳐져 있고,

 그 울 밖으로 나설 힘과 의지가 점점 희미해진다.

 

 

 

 

 202010043016월

 서울시스터즈-첫차

 뜨거운 가슴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거리.

 첫차를 타고 내게서 떠나고, 첫차를 타고 네게서 떠나오던,

 그곳엔 살아있는 내가 있었는데...

 평화-롭게 보이는 것-란,

 내 안의 모든 불합리에 눈 감는 것. 단념하고 체념하며 놓아버리는 것.

 그렇게 늙어가는 것과 맞바꾸는 비겁한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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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문득 떠오른 음악.

 

느낌대로.

 저녁도 먹었고. 잠깐 티브이 좀 보다가 슬슬 꼼지락 거려야겠다,  커피도 맛있고, 담배도 맛있고...  故 김인배 선생님 트럼펫 -사랑해 봤으면.  펜촉이 다 된 듯싶네.

blog.daum.net

 느낌대로.

 수 시간을 들인 공력이 무색하게 음악이 보이지 않는다.

 폴더엔 분명 있는데 플레이 재생목록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나하나 대조하며 몇 곡을 듣고야 mp3만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비단 mp3가 용량이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러그러한 이유가 있어 다른 파일로 변환 후 저장했더니...

 

 꼼지락 거려 모든 파일이 재생되도록 설정했다.

 하고 보니 이틀을 꼬박 들어도 다 못 듣는 양의 곡이다.

 

 일정액을 주면 원하는 곡 편히 들을 수 있고, 무료로 듣는 곳도 많은데 이 무슨 청승인기? 싶다가도...

 하나하나 모두가 기억이고 순간이고 오늘에 닿은 내 눈물의 감로수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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