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눈 시린 삼월이1 그 겨울의 그림자를 밟고. 볕 좋은 오후, 바지랑대를 내려 널고 있는 빨래 사이로 삼월이가 보인다. 따사로운 햇살에 시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앉았다. 그 꼴이 우스워, "삼월아, 따뜻하니 좋지?' 몇 번을 되뇌어 물어보니 귀를 뒤로 젖히고 꼬리를 살랑인다. "삼월아, 까까!" 내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는 온종일 우리 안에서 꼼짝을 안 하다가, 지 언니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부스스 몸을 끌고 나와 엉딩이를 씰룩거리며 골목 끝에 웅크리고 앉아 대문을 응시하는 고삼월 여사. 그런 삼월이가 자발적으로 우리 밖에 행차하신 걸 보니, 볕이 주는 따사로움이 좋긴 한가보다. 빨래를 널고 빛을 등지고 되돌아서며 내 그림자를 밟는데... -참 추웠던 시절이었다. -그 추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니 기억의 망치로 얻어맞은 머리가 빠개지게 아파지기 시.. 2021. 3. 3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