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그림자를 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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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그 겨울의 그림자를 밟고.

by 바람 그리기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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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볕 좋은 오후,
 바지랑대를 내려 널고 있는 빨래 사이로 삼월이가 보인다.

 

 따사로운 햇살에 시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앉았다.
 그 꼴이 우스워,
 "삼월아, 따뜻하니 좋지?' 몇 번을 되뇌어 물어보니 귀를 뒤로 젖히고 꼬리를 살랑인다.
 "삼월아, 까까!"
 내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는 온종일 우리 안에서 꼼짝을 안 하다가, 지 언니 퇴근 무렵이 되어서야 부스스 몸을 끌고 나와 엉딩이를 씰룩거리며 골목 끝에 웅크리고 앉아 대문을 응시하는 고삼월 여사.
 그런 삼월이가 자발적으로 우리 밖에 행차하신 걸 보니, 볕이 주는 따사로움이 좋긴 한가보다.

 빨래를 널고 빛을 등지고 되돌아서며 내 그림자를 밟는데...
 -참 추웠던 시절이었다.
 -그 추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리니 기억의 망치로 얻어맞은 머리가 빠개지게 아파지기 시작했다.
 -얼마간을 그렇게 기분 나쁜 통증에 시달리면서,
 -"목 디스크 증상이 심해졌던지, 혈압 조정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게 건넸다.

 기억하기도 힘들지만, 각인 된 기억을 누 천년 풍파에 문드러진 해석 불명의 비석 문으로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일인 듯싶다.

 

수평선과 인생 총량.

 얼마 전 어느 분이 "돈 모아서 맛있는 거 사달라" 하셨다.  아무리 돈을 못 벌어도 막걸릿잔이야 흔쾌히 건넬 수 있는 형편이다만, 내게 무언가를 사달라고 요구받기는 처음이

sbs210115.tistory.com

 꿀잠 이루세요.

 

 

 

 20210330화2333
 Boots Randolph - Funny How Time Slips Away
 어제, 오늘. 지난번 산 풍경이 제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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