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 태그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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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뷔3

바람을 안고. 정리하지 않고 집어던진 어제에서 부스스 일어났다. tv 혼자 밤새 애썼다. 거울 앞에서 눈곱만 떼고 어둠의 가로를 나선다.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시내버스 첫차들. 역 앞 편의점에 들러 담배 세 갑과 식모커피를 사 돌아오는 길. 널브러진 은행잎의 가로에 불어오는 바람. 겨울에서 봄으로 오던 언제인 듯도 싶고, 첫눈 내리기 전 어느 가을인 듯도 싶고, 평상을 깬 일탈의 먼 여행에서 터벅터벅 돌아오던 때인 듯도 싶고, 밤새 술에 젖었다가 돌아오던 늘 아프던 젊은 날의 언제인 듯도 싶고...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분명 그 언제인가 그때 내게 불었던 그 쓸쓸한 바람... 잠깐에 불러낸 만 가지의 감정을 안고 걷는 거리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이 바람 안에서, 지금 내가 돌아갈 곳이 없다면 얼마나 처량할까?" .. 2023. 11. 6.
남의 손에 열쇠. 차 트렁크에 들어가도록 분리형 붕대를 별도 구입해 사용한 예초기. 년 한차례뿐이긴 해도 구입한 것이 십 년도 훨씬 전이다 보니 작년부터 연결 부위 고정 틀에 유격이 생겨 겉돈다. 고무장갑을 잘라 그 유격을 잡아 사용했는데, 올해 꺼냈을 때 그것이 삭아 다시 만들어야 했다. 하, 너트 하나 잡고 두 시간. 근시에 온 노안은 늘 내 의지의 한계를 시험한다. "쓰면 원시로 안 보이고 벗으면 근시로 또 안 보이고" 썼다 벗었다... 몇 해전 거금을 주고 맞춘 다초점 안경, 원시도 그 정도가 자꾸 변하니 거기에 맞게 계속 안경을 바꿔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으니 평범한 일상에서나 유용할 뿐 있으나 마나.(없는 거 보다야...) 자각 내가 성질이 얼마나 급한 사람인지. 그 급한 성질을 언제 자각했는지. 자각하고, .. 2020. 9. 21.
안전길, 돌아오지 않는 꽃. '야! 이왕 잘 거면 내려와서 편하게 자!' "그러면 아주 잠들까 봐..." 방바닥에 편히 누워, 책상에 엎드려 있는 놈의 뒤통수에 쯧쯧 거리며 내뱉은 말과 돌아온 대답. 고등학교 같은 하숙방을 쓰던 전길이. '안전길'이. 그해 여름 방학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은 친구. 무식한 부모덕에 아니, 돈 없는 부모덕에 무허가 페니실린 주사 한 방으로 완전히 안전길로 떠나 돌아오지 않은 '안전길'이. 이젠 습관이 되어버린 책상 앞에서의 절구질. 졸다, 깨다.. 또 아침을 맞았다. 요즘 들어 툭하면 절구질이니, 체력이 다한 건지 집중력이 떨어진 건지... 그러고 번뜩, '안전길'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배어 나온 신음, "백척간두"의 절박함 인지, "방하착"의 우매함인지, "그 모두가 뒤범벅된 어둠의 끝".. 202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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