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차례.
사료 먹을 때를 빼면 어디 숨어 있는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돼지 금붕어.
도대체 뭔 큰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아침.
사료를 뿌리며 여느 날처럼 수족관 덮개를 톡톡 두드린다.
반응이 없다.
이상하네? 톡톡톡톡....
어디선가 나타나야 할 돼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 밥도 안 먹는다고???'
처음 있는 일.
어느 쪽으로든 오늘 중엔 판가름 날 거라는 예감.
틈틈이 수족관을 살펴도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네 시쯤.
폰 사진기로 여기저기 확대해 보다가 물레방아 아래 누워 있는 돼지가 보인다.
'어?'
배가 뒤집혔다.
한번 당한 경험이 있고, 지느러미가 꿈틀거리는 듯싶은데...
설마와 혹시 사이에서 나무젓가락으로 살포시 건드리니,
"두둥~!"
하, 운명하셨다.
작년 7월에 입어했으니 딱 일곱 달을 함께했다.
초기에 실패한 3마리 빼고, 새끼도 한 마리 불었고 잘 지내왔는데 서운하다.
특히 이놈은 반짝이는 금비늘과 상어 꼬리 같은 지느러미로 수족관 전체의 품격을 높여주었는데...
"돼지처럼 처먹는다"고 욕을 하기 시작한 며칠 후에 갑자기 배가 홀쭉해지고 수초 사이로 숨는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 없는 눈총이 살이 된 건 아니었는지 미안하다.
건져놓고 보니 내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밖엔 되지 않던 놈.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지청구를 그리 주었던지...
함께 한 시간, 고마웠다.
2022013002화 매운탕 끓여 쐬주 한잔하려다가, 그릇이 전부 자싯물 통에 들어있어 그냥 화단에 묻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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