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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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별쭝나다

by 바람 그리기 2022.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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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장 마당에 돌개바람이 몰아칩니다.
 하늘 위에서는 잠자리비행기가 낮게 내려앉다 오르기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헬리콥터가 낮아질 때마다, 아이들 모두는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갑니다.
 뽀얀 흙먼지를 만들며 운동장 위 하늘을 휘돌던 잠자리비행기는,
 학교와 이웃한 군청 청사 별관 건물 옥상에 내려앉았습니다.

 종례 시간에 선생님께 전해 들은 얘기로는,
 그곳에 내려앉는 게 굉장히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아이들이 하도 쫓아다녀 안전한 학교 운동장에 내려앉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날 방과 후 밤 동안 비가 내렸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때 5학년 교실은 2층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는데요, 건물 입구에는 악수하는 두 손이 새겨진 녹슨 황동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원조사업으로 지은 건물인듯싶은데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2층 복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군청 건물이 훤히 눈에 들어오는데요, 어제 내려앉은 별관 옥상에 잠자리비행기가 맘을 심란하게 합니다.
 점심시간쯤이었던 거 같습니다. 슬그머니 학교를 빠져나가 군청 별관 옥상으로 살금살금 올라갔습니다.


 잠자리비행기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놀랐습니다.
 주변을 돌며 구경하다가 손잡이를 돌렸더니 문이 열립니다. 옳다 하니, 안으로 들어가 조종석에 앉았습니다. 어른 냄새가 납니다. 조종간을 잡고 입술 푸디기를 불며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합니다. 이것저것 스위치를 눌러도 보고 재켜도 봅니다. 그때 저벅저벅 누군가 계단을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잽싸게 내려와 벽 한쪽에 웅크려 몸을 피합니다. 가슴이 방망이질 칩니다. 공무원 아저씨인듯한  어른 한 분이 올라왔습니다. 그러더니 저처럼 헬리콥터 주변을 서성이며 구경합니다. 헬기 조종석 앞 유리에 모두운 두 손에 얼굴 묻고 한참 안을 들여다보다가 온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저만치 학교 쪽에서 쉬는 시간을 마치는 사이렌이 울립니다. 저도 서둘러 건물에서 내려와 학교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날의 경험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빠져나가 몰래 비행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혼날 것을 염려했지만, 이것저것 만진 스위치들이 잘못되어 비행 중 추락이라도 하는 일이 생길까 봐, 모르는 척하는 것이 현명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잠자리비행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시승의 경험자가 되어 얘기를 이끌곤 했습니다.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갑자기 뭐가 먹고 싶어지는 건, 어제 먹은 술의 당 분해가 끝났다는 얘깁니다.
 작년 여름, 삼월이 언니께 배급받은 두유 생각이 났습니다.

 

 유통기한 한 달 지났는데,
 바닥에 떨어진 것도 30초 안에 주워 먹으면 이상 없다 하는데, 냉장고에 잘 모셔 놓았으니 먹는 데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면 삶아 헹구고 두유 베이스로 콩물 만드는 동안,
 국수 삶던 물에 만두를 삶고 양념장을 만들어 잘 익은 김장김치와 곁들여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소면이 있었더라면 다소 들쩍지근한 맛도 아무렇지 않았겠는데, 칼국수 면으로 말아내니 식감이 뻣뻣해 다소 아쉬웠습니다.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을 섞어먹는 동안 속이 야리꾸리하며 염려스럽더니...
 식사 마치고 한 삼십 분쯤 지나 정로환을 먹어야 했습니다.
 어제와 그대로인 부엌 개수대.

 

 저녁 먹운 것을 그냥 보태 놓고 돌아서는데,
 무각제 오래된 집 마당에 봄비가 오시고 계십니다.

 

그리움에 고하다.

 밤부터 종일 내리는 비.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뭄의 염려를 덜어줄 만큼은 되는 듯 싶다.  빛을 막아 놓은 이 일상의 울 안에 웅크려 있는 것이 왠지 죄스럽다.  현관을 열어 놓

sbs150127.tistory.com

 
 별쭝나다
 말이나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고 이상하다


 
 202202262500토
 송창식-비의나그네mix20220226무각제봄비
 별쭝맞은 둘째가 나 닮은 듯도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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