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영업부장 취임 / (주) 성봉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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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경축] 영업부장 취임 / (주) 성봉수 ◑

by 바람 그리기 2022.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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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먹으려고 냉장고를 여는데, 먹을 게 너무 많습니다.
 시루떡에서부터 여러 종류의 빵(아래 칸에도 있습니다)
 삼월이 언니부터 큰 애, 작은 애, 새앙쥐가 굴에 나락 쟁여 놓듯 시 때때로 날라다 놓습니다. 삼월이 언니는 "왜, 안 먹어 치우냐!" 하지만 밥 땐 밥 먹는 거니 안 먹고, 밥 먹으면 배부르니 그냥 냉장고에 넣어두고, 그렇다고 밥으로 먹기엔 정통 촌놈 식성에 뭔가 허전하고... 아, 조식으로 먹긴 합니다만 먹는 양보다는 물어 나르는 양이 많으니 그렇습니다. 근래엔 밤을 새우는 일이 드무니, 야참으로도 안 먹고...

 '아이고, 먹을 거 드럽게 많네!!!'
 냉장고에 먹을 것이 많으니 갑자기 찌증이 확 났습니다. 물론 기분 좋게 뻐기는 짜증였습니다. 그래서 냉장고를 도로 닫고 라면을 선택했습니다. 다이소 양은 냄비를 밀어낸 새 냄비에 첫 조리이니, 달걀도 넣고 파도 넣고서 지대루 끓였습니다. 밥 한 덩이 말아, 첫 끼이면서 마지막 끼니가 될 탄수화물 섭취를 그렇게 마치고 뒤창이 벌어진 운동화(를 버리지 못하는 '아끼다 떵 된' 얘기는 다음 기회에)와 옷 몇 가지를 빨아 널었습니다. 그러고 커피를 타 서재에 앉았다가 책상에 널브러진 책들을 한쪽으로 쌓는데 어느 책에선가 뭐가 떨어집니다.

 잡부 나간 작년 언제 받아 온 씨앗인 거 같은데 정체는 모르것습니다. 여름으로 들어섰으니 파종 때가 지났는지 모르지만 얼른 옥상 빈 화분에 뿌렸습니다. 정체는 모르지만 하나라도 내 집에 귀한 인연으로 뿌리내리면 좋겠습니다.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씨앗 / 성봉수

 씨앗 / 성봉수  튼실한 열매를 꿈꾸지 않는 이 어디 있겠나  꿈의 알불 하나쯤  간절한 것이길 원치 않는 이 세상에 있으랴  불씨 하나 보듬고 호호 불다가  피우지도 못하고 속만 데이다  

sbs150127.tistory.com

 씨앗을 뿌리고 내려오며 생각하니 '아, 금요일이네!'.
 혈압약이 일요일 먹을 것까지 있으니 미리 처방받아 놓기로 했습니다. 서둘러 나가 약을 처방 받고 무릎에 붙일 파스도 하나 사 약국 문을 나서다가 발걸음을 방앗간으로 돌렸습니다. 라면 끓이며 매운 고추를 팍팍 썰어 넣었더니 속이 훑습니다. 쓰린 속을 달래려면 텁텁한 막걸리 한 모금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두 병, 집으로 돌아오다 어차피 때가 술밥이니 호프 석 잔으로 모자란 밥 채우고.


 모처럼 문학회 SNS에 들어가 놀다 잠들어 맞은 아침.
 용변을 보고 푸덕푸덕 세수하고 건너와 커피 타들고 서재 컴 앞에 앉았습니다.

 

 인연이란 게 참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온라인에서 '술'을 매개로 맺은 선생님과의 연.
 우리 둘째 누님은 이쑤시개에서 책까지 라벨을 붙여 언제, 어디서, 얼마에... 장만하는 물건마다 주기 번호를 적어 호적을 만듭니다. 넷째 누님은 이것저것 뜯고 오리고 꿰매고 올망졸망 삐닥질을 잘합니다. 선생님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잘하십니다. 그러니 처음 연을 맺을 때부터 이무(임의)로운 맘이 들었습니다.

 그런 선생님께서 제 영업부장을 하신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제 일상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로일지라도, 거기에서 출발하는 '배려와 양보', '용서와 화해, 그리고 궁극으로는 '만물의 사랑'을 일깨우는 <측은지심>을 참 좋아한다"고.
 감사의 표현치고는 참 두루뭉술하죠?
 충청도 남자가 좀 그렇습니다. ㅎㅎㅎ

 영업부장님!
 언젠가 바깥세상에서 술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20618토1029
 준장 예우곡 mix 팡파레_김세레나-경사났네x.18
 아고, 배고프다. 뭐 좀 먹으야쓰것다...
 참, 영업부장님. 현충원엔 잘 댕겨오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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