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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핀 나팔꽃을 보며 잡부에 나섰습니다.
얼마면,
손톱만 한 아기 나팔이 필테고 진자주의 큰 나팔에게 차례로 덩굴을 내 줄 겁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별사탕 같은 유홍초도 필 거고요.
이놈 저놈 씨 받아 키운 몇 해.
이젠 맘 두지 않아도 지고 핀다손, 그들이 사계절을 엉켜가며 뿌리내린 오늘의 신뢰를, 자생(自生)이라 하면 서운한 일입죠.

잡부 마치고 오래된 집 마당으로 딛는 골목을 들어섭니다.
쑥대처럼 웃자란 국화 아래 수선화 그늘에서, 봉숭아 한 그루가 여리여리 힘겹게 허리를 꼬며 돋았습니다.
작년 여름 잡부 다니며 눈에 띈 색색의 봉숭아와 색색의 겹잎 채송화를 옮겨 심었더랬죠.
어찌어찌 미나리 줄기처럼 돋은 줄기를 보니, 여러 포기가 장닭의 실한 발목처럼 굵고 단단하게 독이 올라, 한 계절을 보낸 모습이 믿기지 않습니다. 흔적도 보이지 않는 채송화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다고,
손 놓고 지낸 제 게으름 탓이라 하시면 이 또한 서운한 일입니다.
★~詩와 音樂~★ [시집 『검은 해』] 지는 꽃 / 성봉수
지는 꽃 / 성봉수 그때 떨어진 꽃망울 간절함이 덜해서였으랴 햇살도 더러는 넘치게 밝아 맘이 부시고 빗물도 때로는 목마름이 부르는 욕심으로 흘러 씨앗을 보듬던 순진한 기도 허탈
sbs150127.tistory.com
2022060725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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