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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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ㅁ사랑방

역주행.

by 바람 그리기 202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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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시작되는 날인 소서(小暑). 시작인 날이 이렇게 몹시 더웠으니 올 더위 위세가 어떨지 지레 숨이 턱 막힙니다.
 양심상 선풍기 바람을 삼월이와 나눠 쐬어야 할 정도로 정말 더웠습니다.
 샘에 가서 물 뿌리고 또 뿌리고... 수건 마를 사이가 없을 정도로 물을 찾았지만 돌아서면 땀이 나니, 물구덩이에서 얼음 끌어안고 있는 동물원 북극곰이 차라리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에어컨을 틀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잘 참았습니다.
 퇴근한 아내는 "전기세 그깟 거 얼마나 나온다고..."라며 비아냥거렸지만, 꼭 그것 때문에 미련스레 선풍기만 끌어안고 있었겠습니까?
 첫째는 24시간 틀 것이라면 모를까, 잠깐 더위 피하자고 문이며 창이며 죄다 닫았다가 다시 열 것을 생각하니 귀찮았고요.
 둘째는 효용 때문이었는데요.
 무릉도원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는 백면서생(白面書生)의 모습이, 땡볕에서 생산적 활동을 하는 철수 영희 아빠들에게 미안한 자책이 들었고요. 
 셋째는 올여름 기온이 말 그대로 폭염이라는데, 한 번 틀기 시작하면 이제부터는 여름내 틀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이 뻔해서 참는 데까지 참기로 했습니다. 늘 그렇지만, "버리는 것" "멈추는 것" "지워 버리는 것" "포기하는 것"... 이야 언제고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니, 상황이나 관계를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붙잡고 늘어져 버텨야 한다"는 맘도 있었습니다. 뭐, 비유가 적절하진 않은 듯해도 저변에 깔린 심상이야 그것이 그것이지 싶습니다.

 붙잡고 늘어지는 것.
 생각하니 착득거(着得去)인 듯싶어도 방하착(放下着)의 우를 애써 실천하는 모양새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우야말로 전자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예이긴 합니다만, 때론 "버리고, 멈추고, 지워버리고, 포기해서" 그렇게 상황이나 관계에 손 놓음으로써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기는 합니다.
 이제껏 붙잡고 매달렸던 것들의 참모습이 어떠했는지, 손 놓고 발을 땅에 딛고야 제대로 보이기도 하니까요.

 

★~詩와 音樂~★[ 詩集 『바람 그리기』] 苦獨 12 / 성봉수

 고독(苦獨) 12/ 성봉수  어둠의 끝을 헤집는  집요한 절망이여  빛의 초점에 웅크린  찰진 반동反動이여  추락의 뿌리도  허풍의 가시도  망망 우주 어느 끝의  먼지 같은,  먼지 끝 벼랑을

sbs150127.tistory.com


 밤이 되고 빗방울이 가끔 떨어질 때 슬리퍼 끌고 슬그머니 집을 나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하고 들어왔습니다.

 

 꼭 맥주를 먹으러 나섰던 거는 아니고요,
 삼월이가 밤이면 여기 와서 이러고 좌정하니

 

 모습이 딱해 문을 닫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러려니 틀어 놓은 훈증제 모기약으로는 택도 없고, 모기향 사러 나갔습니다.

 날을 밝고, 가끔 뿌린 비 때문인지 아직은 선선한데요.
 오늘도 더위 전투에서 승리하는 하루 보내시길 빌어요.

 

 

 

 
 202207080529금
 터보-어느 째즈바
 -용식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 엄청 부르더니 지금 들으니 종국이 음성이 좋네 ㅋㅋㅋ
 어, 빗방울 떨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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