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문학이 산다.
<10월의 글>
문협이 해야 할 과제
성기조 (시인/한국문학진흥재단이사장)
◎ 한국문인협회의 탄생
우리나라에는 군사혁명이 날 때까지 한국문학가협회와 자유문학자협회가 있었다. 이 두 단체는 경쟁적 관계로 있었기 때문에 문단에 파벌을 만들고 그 결과 여러 가지 부정적 이미지를 발산하기에 이르러 군사정부는 이 두 단체를 하나로 통합시켰다. 이 때 합친 단체의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 고민한 끝에 시인이며 서울대 사범대 교수였던 이하윤씨가 문학가나 문학자란 단어가 꼭 들어가야 하나 이렇게 되면 어느 단체의 후신으로 옷만 갈아입었다는 말을 듣게 되니 아예 “문인”이라는 말로 바꿔 한국문인협회로 하자고 발의하여 오늘의 한국문인협회는 탄생되었다. 이것이 60년 대 초였으니 50년 가깝게 써온 이름이다. 이사장이 바뀌어 내려오기 24대. 역사는 반세기를 넘는다. 이때의 문협의 권위와 위세는 너무도 당당했다. 행사 때는 관계 장관이나 서울시장이 꼭 나왔고 문인대접을 극진히 해서 글 쓸 맛이 난다고 하던 때였다.
◎ 문협의 위상 저하
그런 문인협회가 15~6년 전부터 이상하게도 이사장이 어느 한 파벌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뒤부터는 정부 당국이나 관계자들에게 내둘림을 당하여 그 위상이 말이 아니게 실추되었다. 문협이 몰락하기 시작했고 운영예산이나 사업자금이 거의 없다시피 되었다.
그런데도 이사장에 앉은 사람은 정부당국에 교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었다. 회비를 걷어 사무직원 7~8명이 월급을 먹고 이사장의 판공비를 생활비로 가져가는 악습이 생겨도 누구 하나 말하는 이 없는 사태가 벌어져 드디어 오늘에 이르렀다. 문인들이 내주는 회비는 그야말로 공돈으로 조자룡의 헌 칼 쓰듯 써왔다.
◎ 고료인상, 계란으로 바위치기
정부와 당국, 사회, 신문ㆍ잡지사가 합의하여 적정 고료를 지불하도록 유도해야 했지만 이것도 속수무책. 문협에서 고료인상운동을 전개한다고 회원들의 돈을 걷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으니 통탄한 일이다.
이런 일을 계획한 이사장이나 이에 동조한 회원들은 얼굴이 뜨거워 어떻게 세상을 활보하겠는가, 순진해서인가, 세상물정을 몰라서인가, 문인들이 걷는 돈으로 원고료를 인상하면 그 꼴이 무엇이고 그 일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문협이 이런 일에 앞장섰는가? 창피한 일이다. 시인ㆍ작가들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자존심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되었다. 먼저 문인들은 꼿꼿한 지조와 절도 있는 모습으로 위신을 되찾아야 했다. 그리고 자존심을 찾아 곧고 반듯하게 내세워야 했다.
◎ 이사장이 한 일 - 회비 걷는 일
또한 문협은 예술위원회에서의 1년에 한 번씩 공모하는 사업에 계획서를 꾸며 7~8건 따다가 사업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국가예산은 한 푼도 못 얻어 오는 초라한 단체로 전락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논하고 정부와 교섭하는 이사장은 한 사람도 못 보았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예산당국에 예산을 요구하거나 사업비를 달라고도 못하는 이사장의 안주처는 회비 걷는 일 뿐이다.
그 회비로 월급도 받고 일상 경비를 쓰기 때문에 국회나 문화부 기획재정부에 가서 협의도 못하는 사람들이 꼬박꼬박 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는 어떤 혜택을 주었는가?
◎ 한국문학상 상금이 1백 만원
45년 동안 시행해온 가장 큰 문학상인 한국문학상의 상금이 1백 만원이다. 과연 이런 상금이 문협에서 주는 제일 큰 상의 상금인가, 말을 할 수 없다.
문협이 왜 이 지경으로 오그라들었는가? 크고 이름난 사람, 존경받는 사람들이 이사장을 할 때 누리던 위세는 어디로 가고 행정당국의 실무자인 사무관과도 문협 일을 상의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문협의 조직과 관리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문협이 타당한 사업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문화부와 기획재정부, 국회에 주장하고 이를 국가예산에 반영해서 행사효과가 국민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면 회원들은 회비만 내고 아무 이득도 없이 임원들의 월급으로 주머니만 털린다. 오늘의 문협의 실상을 깨우치고 회원들은 더는 주머니 털리는 일에 실속 없이 동조하는 일을 버려야 한다. 문인의 자존심 회복과 문협의 위상정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 예술위 공모사업
예술위원회에서 해마다 공모하는 문화예술사업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군소단체나 문협 등, 거대 단체들도 각종 서류를 만들어 제출한다. 적어도 문협이라면 이런 일에 초연해야 한다. 행사 지원금을 받는데 왜 이런 군색한 일에 동참하는가, 전국을 아우르는 법인단체로 군소단체와 같은 짓을 하면서 어쩌자는 것인가, 행정안전부에 소속된 단체들도 일정예산을 받는다. 심지어 정부시책을 빼놓지 않고 반대하는 단체들도 지원금을 받는 판국에 고작 2~3백 만원 씩 받는 공모사업에 응모하는 것은 그만큼 문협의 위상이 실추되었음을 의미한다.
문협은 이런 지원구조에서 벗어나 문화부에서 예산으로 편성된 지원금을 받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 장관이 쓰는 판공비 성격의 돈에서 일부만 가져와도 문협은 넉넉하게 운영할 수 있다. 한국예술의 주류를 이루는 핵심예술인 문학이 이런 괄시를 받는다면 역대 문협 이사장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어느 재야단체가 예술위 지원금을 거부했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 국가예산으로 지원받아야
예술위 공모사업을 과감하게 버리고 국가예산에서 행사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아야 한다. 문협의 각종행사나 운영이 한국문학발전이란 목표에 맞춰진 이상 로또복권 판매수익금에서 조성된 지원금을 받는다면 문협의 위상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사행행위에서 얻어진 돈이라면 깨끗한 돈은 아니다. 정재란 무엇인가, 깨끗한 돈이다. 한 나라의 정신문화를 계획하고 보급하는 돈이 사행행위에서 얻어진 수입이라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선비들이 쓰는 돈은 깨끗해야 한다. 때문에 국가예산으로 쓰여져야 한다. 역대이사장 들은 국가예산을 단 돈 10원도 못 받았지만 이 문제를 알고나 있으며 고민해 본 때가 있는가?
◎ 기타 법인체 운영
우리나라에 법인체는 수도 없다. 각 부처에 등록되고 행정지원 또는 재정지원을 받는 수백 개의 법인체들은 소속기관들의 보호아래 일정예산을 지원 받는다. 이것이 현실인데도 문협만은 문화부 예산지원을 못 받고 있다. 또한 국가적 관점에서 거행되는 계기성 특정사업체로 참여하지 못한다. 이런 실정이라면 문화부의 지휘 감독은 왜 받는가? 지휘 감독은 받으면서 댓가도 없고- 문협은 예산지원에 대하여 논의도 해보지 않고 회비로 충당하는 운영만 하고 있다면 결국 문협 회원들만 골탕 먹는다. 회원들의 회비에 안주하는 운영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문협은 적극적인 고민해 보아야 한다.
회원들에게 아무 메리트가 없다면 사무국직원 월급을 주기 위하여 회비를 걷는가?
◎ 위상재고와 자존심 회복
땅에 떨어진 문협의 위상을 재고하고 한국예술의 중심적 문학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모든 예술의 중심은 문학이다. 문학이 제자리에 서지 못하면 다른 예술도 똑같이 상처를 입는다.
발전된 문화국가의 예술정책은 모두 문학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문학이 제자리에 서지 못하고 제구실을 못한지 근 20년이 된다. 우리의 예술정책이 공연예술을 중시하기 시작하면서 문학이 홀대 받아도 누구 하나 떳떳하게 말을 못한다.
문학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인문학이 부활하고 사회의 풍습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문학이 앞장서야만 인문학이 살고 문학이 산다.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너무 못 살아서 한 끼 밥을 먹기 위하여 우왕좌왕 하는게 오늘의 문단형편이라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제도적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문인복지 문제다.
이 일을 시작한지도 10년 이다. 이제야 법제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런데도 어떤이들은 인터넷에 까페를 만들어 “문인복지기금을 조성하기 위하여 기관과 기업으로부터 지원금과 기부금 유치를 전담하는 문인복지 기금 특위를 가동”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기업이 주는 지원금이나 기부금은 관계법의 보장 없이 그냥 주는가,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이 문협을 좀 먹어 조직을 망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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