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世宗詩人協會 2020. 8월 定例會 ▣
▷2020년 08월 10일 늦은 6:30 / 문인협회 사무실.
동아리 모임이 아닌,
세종특별자치시 유일의 공식 시인 단체
▣ 세종특별자치시시인협회▣.
코로나 19가 바꾸어 놓은 일상.
달에 한 번씩 있는 정례회지만, 그 리듬이 깨진 지 오래다.
가을의 공저 시집 발간을 위한 중간 점검 겸 오랜만에 마련된 자리였지만, 비가 나리는 구진 날씨 때문인지 참석이 저조하다.
노트4.
셀카가 대세인 요즘 세태에는 있을 수 없는 저 사양의 전면 카메라.
떨어지는 스펙을 뻔히 알면서도 모임 뒤풀이 식사자리에서의 도발.
역설적이지만, 저사양의 스펙덕분에 작품 하나를 건졌다.
채도도 흐리고 핀트도 흐트러졌지만, 시드루처럼 감춰진 표정이 압권이다.
너무 재미있어 기록으로 남기기로...
※'뒷풀이'라는 말이 아깝다. 적어도 이곳의 시인 작가들은 하이칼라에 네꾸다이를 맨 신사들이다. 그러니 감정대로 술을 먹는 이도 없고 속을 드러내지 않으니 주사나 객기도 없다. 그만큼 숙성된 연령층이기 때문일까?. 그래도 재미없는 것은 사실이다. 너나 할 것 없이 개가 되던 시절, 극단 패의 뒤풀이 보다 더하던. 1차 2차 3차... 삐그덕 거리는 나무 의자, 버걱거리던 비닐 포장, 담벼락에 머리를 기대고 깔기던 소변. 뒷골목 포장마차가 흔하던 그 어깨동무의 비틀거리던 거리가 그립다.
하...
밴드에 공유 된 사진을 내려받아 선명하게 보정해 보니,
내 정수리 속알머리가 허옇다.
마치, 연세 많이 드신 할머니들께서 까맣게 염색하고 뽀글이 파마를 하셨을 때 속살이 비치는 거랑 똑같다.
에잇!
꼴 보기 싫어서 3D 편집으로 흑채를 뿌렸다.
흠...
뒤통수 조심해야지~
"추저분해서 가기 싫다. 그러니 모임에 오기 싫다"
모임이 끝나면 열에 아홉 번 찾아가던 식당.
전임 회장님께서 좋아하는 <고등어 김치 조림> 집.
"모처럼 만났으면 맛있는 것도 먹고 분위 좋은 데서 차도 한 잔 하는 재미가 있어야지..."
여성 회원들 불참의 이유 중 하나가 되고 보니, 몇 차례 방문을 걸렀는데 어젠 "여성 회원이 한 분도 오지 않으셨으니 그곳으로 가보자"는 현 회장님의 의도된 선동.
어!
입식으로 바꾸고 깨끗하게 리모델링했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는 그동안의 무한 리필 고깃집이 아니라 <고등어조림>을 먹어야 한다는 예감. ㅎㅎ
옆자리의 김남주 시인님.
"성 시인님은 마스크를 했어도 언 듯 보니 연예인 누구랑 닮은 것 같은데, 연예인 이름이 그 뭐더라..."
'지상렬요? ㅎ'
"맞아요 맞아! 이전에도 그런 말 들었어요? 신기하네. 마스크를 썼어도 똑 같아보이니!"
듣고 있던 회장님,
"아니 내가 저번부터 얘기했잖아요! 봉준호 감독이랑 똑같다고!"
폰을 열고 봉준호 감독의 사진을 찾아 회원들께 돌리며 확인시킨다.
"어, 정말 똑같네. 확대 안 하고 보면 천상 성 시인이네!"
"성봉수 시인, 정말 성봉수 시인여!" 건너편의 초등학교 은사 선생님께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거든다.
ㅋㅋㅋ, 지상렬에 이어 봉준호 별호를 하나 더 얻었다.
왜 머리카락만 기르면 자꾸 누군가가 빙의되는지 모를 일이다.
사장님.
예전 내가 망나니 시절에 시내 먹자통 골목에서 <춘천 닭갈비>를 하셨던.
나만 보면 그냥 '씨익' 웃으신다.
무엇을 상상하는지, 회상하는지...
나도 마주 보며 그냥 씨익 웃는다.
어제도,
어제의 춘천닭갈비 사장 오늘의 고등어 조림집 사장님은 주방 안에서
어제의 망나니 오늘의 세종시 시인 성봉수는 객장 의자에서
서로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원고 마감일;8월 말. ◆인당 7편(1편은 전시를 위한 테마 시). ◆출판 행사일:10월 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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