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보이는 스킨로션을 사려고 온라인 샾을 기웃거리다가, 문득 '구멍 난 속옷은 이제 다 버려야겠다'라는 생각에 팬티도 함께 주문하고 나니 정부미 포대를 깔아 놓은 차 시트가 떠오른다.
속옷까지는 아니더라도 차 시트는 충동구매다.
아니다. 차령이랑 거의 같은, 그래서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커버 위로 앉을 때마다 생각해 온 거니 어쩌면 가장 우선순위에 놓였어야 했다. 바람이 씽씽 나오는 송풍 커버를 사고 싶은 생각이 왜 없었겠냐만 최하 3~4만 원을 투자해 장만하기엔 생업을 위해 생산적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웬만한 거리는 11호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개발에 편자인 듯싶어 검색 조건을 <낮은 가격> 순으로 놓고 기웃거리다 팔천 얼마짜리로 결정했다.
혈압약 타러 집을 나서는 김에, 하루 만에(돈만 있으면 정말 살기 좋은 세상여) 도착한 커버를 챙겨 뒷골목에 주차해 놓은 차로 향하는데,
<사람도 고물, 차도 고물>이라는 생각이...
커버를 씌워 놓고 보니 제법 그럴듯한데, 도착한 물건을 확인한 순간 '이런...'하고 느낀 예감이 있어 일단 앉아 봤더니.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가 않지?
아니나 다를까!
바지 잡순 똥꼬마냥 앉았다 일어나니 쥔장을 따라 나선다.
우띠!
<싼 게 비지떡>이란 것을 모를 리 없지만, 같은 중국산이더라도 몇 천 원 더 보태서 대나무 커버를 샀어야 했나 보다.
아차! 소리 내면 이미 버스 떠난 이야기고,
정부미 포대 치우는 것에 만족하는 거로.
[맹구 없다] 놀음을 하느라 촬영한 셀카.
모르고 지냈던 아니, 잊고 의식하지 않았던 마빡에 흉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아! 흉하다'
표현은 안 했어도. 없었어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느끼는 선입관이 어땠을까?
오른손 잡이면서, 왜 그동안 가르마를 반대로 탔을까?
왜 가릴 생각을 안 했을까?
<차도 고물, 사람도 고물>이라는 생각을 또...
혈압약 타러 나서며 가르마를 반대쪽으로 타 흉터를 가렸다.
어색하다.
몸이 자꾸 오른쪽으로 기운다. 오른 어깨가 무겁다.
하던 대로 그냥 사는 것이 맞는데.
휴...
부모님 애간장 다 녹인 나쁜 놈.
202007113028토
날 밝았다.
우리 대주님 탄신일.
21살이면 한창 놀기 바쁠 나이인데, 어엿하게 제 몫 하며 지내는 것 생각하니 기특하네.
삼월이 언니는 '대상포진'진료받으러 병원으로 행차하셨으니,
미역 불려 국 끓이고 불고기 하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12시가 지나서야 진지를 올렸다. 그리고 저녁 다섯 시 반쯤에야 점저로 중국음식 배달시켜 올리고.
귀 빠진 날에 피붙이에게서 세끼 진지도 챙겨 받지 못하는 사람이 밖에 나가 어찌 귀함을 받을까? 하는 한심한 생각.
상 물리고 앉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앞에서 '참 좋아하셨을 텐데...' 어머님의 빈자리 생각.
"이것좀 봐봐요! 이 거 대상포진 아니것쥬?"
기척이 없어 미역을 담그고 있는데 건너온 삼월이 언니가 등을 까며 보여준다.
헐...
지난주 내내 몸이 이상했는데, 그제 샤워를 하며 보니 이런 게 생겼단다. 알레르기 인줄 알았더니 안 사라지고 그냥 있는 게 이상하단다.
"우리 며느리는 참 독한 애여. 어쩌면 애 나러 들어가서 '어머니'소리 한 마디 없이 딱 한번 '악'소리 내고서 몸을 푼다니?"
순천향대 병원 분만실로 들어가서 연아 낳을 때 어머님께서 웃으시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도 겪어봐서 아는 통증의 정도.
일주일 전이었으면 그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빨리 병원부터 다녀오라고 등 떠밀고 나서 혼자 중얼거렸다.
'엄니, 독한 게 아니고 제가 이런 곰팅이랑 삽니다. 누가 옆에서 죽어도 모를 곰여요 미련하기가 짝이 없는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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