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點] 단풍과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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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觀點] 단풍과 거지

by 바람 그리기 2020.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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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 없는 이빨로 점심을 우물우물 넘기고 작업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담배를 물고 장화를 터벅터벅 끌며 인근 식당을 나섰습니다.

 이웃한 아파트 화단 단풍나무에 가을의 마지막 선혈이, 계절의 실핏줄 맨 끝에 우르르 쌓여 한꺼번에 터져버렸습니다.

 그 핏방울에 마지막 비가 내리면 툭, 툭, 떨어져 다시 맞을 새 계절의 수혈로 사라질 일입니다.

 

 '아... 가을 안에 올곧게 마주 서지도 않았는데... 떠나가는구나...'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가을의 울혈 아래에 서 사진을 찍습니다.

 


 집을 나서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햐, 요즘엔 이런 진짜 그지는 구경할 수 없는데...'

 지푸라기를 얹은 것처럼 푸석푸석 산발한 머리.  때에서 광택이 나는 옷(특히 허벅지 부분). 반절은 보이지 않는 이(코로나 19 시대의 마스크가 참 고맙습니다). 세멘에 페인트에 기름에 복합 오염된 장화. 화룡정점으로, 구색의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비즈로 장식된 모자(주웠거나, 훔친 것으로 짐작되는).

 

  고용주에게 미안해 어제 아침에는 세수도 하고 면도를 했는데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집 앞에 데리러 온 화물차 조수석에 올라서며 그랬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서 잡부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모른 척 하시라-건물주가 어디서 그지를 데려왔냐 묻거든"


 옥상 방수공사에 이어 바깥채 보일러 공사까지.

 작업 시작 때마다 바꿔 입은(두 벌째 갈아입은) 옷이니 그 행색이야 말해 뭤하겠습니까!

 두 작업 모두 아직 뒷정리가 남아 있어 다른 옷 후질르기 싫어 작업이나 마치고 버리거나 빨 생각으로 샘 옷걸이에 걸어두고 있었는데요, 마침 며칠 잡부 일감이 들어왔으니 그냥 그 옷을 챙겨 입고 나갔더랬습니다.

 


 

점심 먹으러 좌식 식당에 들어서는데, 쥔장(과 딸과 아내)이 아래 위로 쓰윽 훑어봅니다.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생각하는 입장>을 뜻하는 낱말,

[관점]

 

 계절의 울혈 아래에 섰던 사진을 바라보며,

 <사진 속의 사진>

 <사진 속 사진의 나뭇잎>

 <사진 속 사진의 나뭇잎 밖의 사진>

 ...

 어느 쪽에 관점을 맞추어 보아도

 [그지 사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담이 든 허리로 며칠 잡부 노릇 했더니, 몸 컨디션이 엉망입니다.

 외줄에 위태롭게 매달린 듯 추락과 착지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습니다.

 

 저녁엔 모임이 있으니, 그동안 마무리하지 못한 일 어느 것이라도 시작해야겠습니다.

 어제 벗어둔 그지 옷으로  다시 환복 합니다.

 

 

 쉼 있는 주말 보내소서.

 

 

 

 

  20201114140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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