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는 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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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삼월이는 삼월이다

by 바람 그리기 202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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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마다 어금니 깨무는 소리가 나던 오래된 집.
 할머님도 그러셨고 아버님도 그러셨다.
 신발을 물어간다고, 화단을 파헤쳐 놓는다고, 사방 천지에 똥을 싼다고...
 어금니를 깨물고 부지깽이나 부삽을 들고 그러셨다.
 그렇게 깨갱거리는 개들의 울음소리가 선잠을 깨울 때마다, 정작 똥 한 번 치워본 적 없는 나는 '말 못 하는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다고….'라며 속엣말을 중얼거리고는 했다.
 "모자가 성격이 둥굴덜 못해서..."
 새벽마다 치르는 개들과의 전쟁 속에서 어머님 역시 사람 탓을 하셨지만 한번은, 늙은 개를 장에 내고 돌아오시면서 양은 솥 따위의 살림살이와 아버님께 드릴 카세트 녹음기 라디오를 챙겨 오셨다.
 "느이 아버지, 그동안 개똥 치우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삼월이가 현관 댓돌에 내 슬리퍼를 또 물고 갔다.
 바깥채 식구들 것이야, 종류를 불문하고 발에 걸치는 것이라면 번쩍하는 사이에 자기 우리에 물어다 쟁여 놓은 것이 오래다.
 그래도 안채 댓돌의 내 슬리퍼에는 관심이 없으니 그러려니 지내왔는데...
 얼마 전 내가 외출하고 집 안이 텅 비었을 때, 내 슬리퍼를 포함한 집안의 신발이라는 신발은 죄다 물어다 우리 안에 품고 있던 이후로 요즘 들어 사람이 있건 없건 기회는 찬스다다.

 왜 그러는지, 정보 검색을 하지 않아도 이유야 짐작이 가는 일이지만,
 물고 내빼는 현장을 잡고 혼내기 전에는 전혀 교정 효과가 없다(삼월이의 경우 머리가 별로인 영향도 배가되겠고)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함께한 시간의 눈치로라도 알아들으려나'라는 허황한 기대를 놓을 수가 없다.
 우리로 쫓아가 쓰레빠를 거꾸로 잡고 볼따구와 엉덩짝을 과장되게 두드리며 어금니 깨무는 소리를 내고 돌아왔다.

 서재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며 곰곰 생각하니,
 '내가 듣던 할머님과 아버님의 어금니 깨무는 소리를 내가 대를 이어 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나처럼 그렇게 속엣말을 하며 내 어금니 깨무는 소리를 듣고 있겠구나…. 라는.


 삼월이.
 엉덩짝을 두드려도(물론 과장 된 몸짓이지만) 무반응이다. 그 무반응에 부아가 치밀어 웅크려 앉은 다리를 꼬집어도도 무반응이다.
 차암...
 방울이는 우리로 쏙 들어가 으르렁거리며 이빨을 드러내고 입질을 하려고 했고, 앞선 순이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때리는 시늉만으로 말이다.

 윤회의 굴레에서 사람 다음으로 자리한 개.
 참 우둔한 삼월이, 어느 겁의 인연으로 나와 한 생이 엮어졌을까?
 신랑 돌쇠가 아니었더라면, 짖는 법도 몰랐을 아줌마다.
 새끼를 두 번이나 냈고 함께한 세월이 7년쯤 되었으니 사람으로 치면 지 언니랑 동년배인데, 이제서야 어찌어찌 사람에게 앞발을 들어 내민다. 물론, 달라해서 내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의지로 그런다. 이제야 자기 존재의 감정표현을 한다.
 참 늦된 개다.
 분위가 다르면 자기 우리로 쪼르르 내빼는 것까지는 세월의 눈치가 어찌 쌓였는데, 신발짝으로 엉덩이를 때려도 무반응이다. '멀뚱멀뚱' 훈육의 효과가 전혀 없으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대책 없이 한심한 가이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이도 저도 모르는 속 편한 팔자 좋은 가이다'라는 생각에 내가 신발을 올려놓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둘째는 회초리만 들어도 왕방울만 한 눈에 눈물을 떨구며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했어요"를 연발하다, 여차하면 안채로 내빼 할머니 등 뒤에 숨었다.
 첫째는 "이 상황이 뭐지?"라는 표정으로 눈만 꿈먹거리며 회초리를 다 맞았다.
 세상은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표현하지 않으면 관계의 교감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왜곡되거나 외면하게 만든다.
 "신발을 들어 치우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결론에 닿기까지, 여순濡順한 관계의 일상은 분명 나 아닌 누군가의 천금 같은 시간의 지난한 허비와 자아 신념의 포기와 희생이 뒤따라야 했음이다.
 눈만 끔뻑거리는 삼월이가 본래의 삼월이라고 인정하기까지는 말이다.

 

 

 엉덩짝 얻어맞은 것이 언제였냐는 듯, 또 쪼르르 달려와 사탕을 달란다.
 마지막 남은 사탕을 진상했으니, 사탕을 또 사다 놓아야겠는데...
 주둥이는 뭘 헤집어서 검댕을 묻히고, 엉덩이에는 김장 양념이 묻어있다.
 김장 버무리는데, 엉덩이 들이밀고 벅벅 긁는 가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곳은 조선 팔도에 우리 집뿐이지 싶다.
 때마다 끼마다, 반찬마다 국마다, 또 얼마나 많은 개털을 뱉어내야 할지….

 

 

 

 

 202011221541일소설

 Jackson_Browne-The_Load_Out & Stay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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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편의 시를 옮겼다. 책이 출간된 후에 올리려다가 요즘의 초점 잃은 사고의 기웃거림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하다.
 역시, 글을 써야 나고, 술을 먹어야 나고, 타협하지 않아야 나다.
 모니터 안경을 다시 맞춰야 하나?
 밤을 나는 생활페턴이 요즘 들어 바뀐 탓이지 자꾸 허리가 앞으로 굽는다.
 굽은 허리를 다시 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머릿속의 펜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가 보다.
 열어 놓은 창. 코 끝에 닿는 쌀쌀함이 좋다. 바람종이 참 이쁘게 운다. 배고프다.
 어제, 연정이 임용시험.

 

 

☆~ 오월 햇살 좋은 오후의 단상 / 성봉수 ~☆

유투브에서 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Qt6eJFjM0u0 ■음악 / The Guitar Del Mar『 Balearic Cafe Chillout Island Lounge』 ※2009년 지음. 미발표작.※ ■ 시집 ' 너의 끈 ' <세종특별자치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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