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간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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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가을이 간다 했지만....

by 바람 그리기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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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는 계절은 도심 가로수로 온다.

봄을 알리는 꽃 소식도 노변 화단의 개화에서 맞고, 물들어 떨어지고 흩날려 구르는 은행나무 가로수에서야 가을을 맞는다.

 

화사한 꽃놀이의 설레임 한번 없고, 단풍을 찾아 길을 나서는 변변한 외출 한번 없이

내게 오는 것은 계절까지도 옹색하고 푼푼하다.

고개를 들 여유가 없었기도 하지만,

그 시금석의 자각이 없었으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가을의 끝 무렵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어젯밤에, 두꺼운 이불을 바꿔주려 기숙사에 함께한 아들의 교정.

쌓여 뒹구는 잎들을 딛고 달빛 아래 찬란히 부서지는 숙성된 계절의 파문.

아,

정말 그랬구나.

 

도심 재정비 사업으로, 도심에 가로수가 사라진 것을 잊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왔다, 나도 모르게 가고 있는 계절.

……. 그렇게, 뒷걸음질 치는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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