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의 노가다.
빈자리가 있어 들여놓는 것이라면 무슨 문제랴만,
산더미처럼 쌓였던 것들을 모두 밖으로 들어내 자리를 만들고,
들여놓을 수 있는 최대한 크기의 조립.
바닥의 책들을 꽂고 2층에 쌓아 둔 책 들도 옮겨 오리란 처음의 생각은 어긋나고, 2층의 책에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고사하고 예전 책장의 것을 새로 들인 책장에 옮겨 꽂으며, 몇 상자의 책을 버리고 그 빈 곳에 방바닥에 쌓여 있던 것을 옮겨 꽂았으니 결론적으로 계산하면 책장의 효용 대신 방 청소에 방점이 맞은 이틀이었는 듯싶다.
쓰던 책장이 무게를 감당 못 해 틀이 뒤틀리고 선반은 아래로 심하게 휘어 지지대를 벗어나 내려앉고.
다시 해체 후 밖에 틀도 선반도 휜 배가 힘이 받도록 전부 뒤집어 조립하고, 일단은 책장에 자리를 내어주고도 살아남은 잡다한 것들을 아무렇게나 쌓아뒀다.
이제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정리해야지.
내 앉은뱅이책상 위에 쌓아있던 것을 다 정리한 것이 무엇보다 개운하네.
새로운 것이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으니, 그 자리에 있던 무언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실.
오랜 시간을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
빨간 줄이 좍좍 그어진 독촉장. 최고장. 법원 판결문. 압류 통지서……. 그리고 뜯어 보지도 않고 던져둔 여기저기서의 우편물들.
서류 가방 안에 담긴, 마그네틱이 붙어 있는 열댓 개의 통장들.
우편물은 보낸 이들에겐 죄송스런 일이지만,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도 있을 테고….
모두 가위로 자르고 찢고 도장을 뜯어내 빈 상자 속으로. 그러면서 잠시 밀려온 회한.
원고지 뒤편에 적혀있는 몇 줄의 낙서와 증명사진.
저 때는 지금보다 젊었으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
배고프다.
빨래는 아무래도 내일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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