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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부엌에 가서 냄비가 눈물 흘리나 보고 와"
'녜'
어머니께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의 기억은 확실치 않습니다.
팔베개를 하고 동생을 재우고 있었던 듯도 싶고, 구멍 난 양말을 깁고 계셨던 듯도 싶고, 콩깍지를 까고 계셨던 듯도 싶고, 뜨개질을 하고 계셨던 듯도 싶고…….
젊은 어머님은 거기 그렇게 계셨습니다.
어머님의 목소리가 저만치에서 들리면, 어린 나는 오래된 일식 가옥의 긴 마루를 통통통 달려가 움푹하게 들어간 부엌에 내려섭니다. 그러고는 연탄 화덕이 들어있는 부뚜막 앞에서 까치발을 하고 된 김이 나고 있는 냄비를 올려봅니다.
'엄마, 엄마아~~!'
"응"
'냄비가 눈물 세 방울 흘려~~'
"그래? 그럼 불구녕 다 막아놓고 와"
나는 지금,
씻어 불린 쌀을 양은 냄비 대신 스테인리스 냄비에 담고 연탄 화둑 대신 가스레인지에 올려 떨어진 어머니 진지를 짓고 있습니다.
그때의 젊은 어머니는 주름이 자글거리는 병든 노파가 되어, 아들의 성화에 떠밀려 오래된 마당 한쪽에 앉아 졸고 계십니다.
그때의 그 아가였던 나는,
이 빠지고 흰머리가 숭숭한 아저씨가 되어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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