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하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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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후련하닷!

by 바람 그리기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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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고지고 오른 산.
 어제 평소 안 쓰던 근육의 현실 참여가 혹사였는지 눈을 뜨니 몸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김밥 싸고 장비 챙겨 차 시동을 거는데 폰이 없다. 집으로 돌아와, 문단속하느라 바깥채 신발장 위에 올려놓은 폰 찾느라 얼추 30분은 버벅거렸다. 김밥에 넣을 달걀 스크램블 만들려고 냉장고에서 꺼내다가 하나를 떨어뜨려 깨뜨린 것도 그렇고 정신까지 어벙하다.
 도중 조형 마트 들려 제주와 컵라면 사고 도착한 선영.
 일하기엔 딱 좋은 날씨다.



 먹을 것 챙겨 간 배낭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폰 앱으로 KBS 제3라디오를 틀어 놓고 사부작사부작 일하다 보니 12시 반 밥때 알람이 울렸다. 
 한 줄만 싸도 되는 것이었는데, 아침을 안 먹고 가느라 혹 몰라 두 줄을 쌌더니 반 줄은 남겼다.


 남긴 반 줄은 돌아오다 물고기 밥으로 개울에 던져줬다. (솔직하자면, 먹다 남으면 집에 돌아와 먹을 생각였는데, 반 줄 남은 쪽을 먹는데 뭐가 으적으적 씹힌다. 붴 바닥에 떨어진 달걀이 아까워 긁어 넣었더니 ㅋㅋ). 컵라면 먹으려고 팔팔 끓인 물을 담아 갔는데, 미적지근하게 식었다. 어느 보온병으로 담아갈까? 찬장 앞에서 기웃거리다 간택 받은 코끼리표 보온통이었고 평소 잘 되는 것이었는데 이상하다. 곰곰 생각하니 배낭에 얼음덩이 이온수 병과 나란히 세워 짊어지고 온 탓인듯한디 그래도 식은 정도가 심하다. 덕분에 더걱더걱 씹히는 라면을 먹었고 식모커피도 한 잔만 타 먹었다.
 
 "요즘 바지 싸요!" × 3.
 점심 먹고 팍팍 젓은 미적지근한 식모커피 타서 담배를 먹는데, 아침 집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리며 서 있을 때 백발의 어르신이 "바지가 튿어졌어요!" 란 말과 함께 연거푸 건넨 말이 떠오른다.
 '도대체 얼마나 터진 겨?'


 몇 차례의 셀카 끝에 간신히 한 장 건진 실체.
 횡단 보도에 함께 기다리던 이들, 무지(無地) 빤스를 입었더라면 흉이 덜했을 텐데 빨강 하트가 볼 만했겠다.

 50장 떼 모두 소진하고, 윗대 조상님들 묘소 올라 물골 정리한 후 제주 올리고 부복하고 내려와 부모님께 넙죽 엎드려 '애새끼들 딛고 선 발에 힘주십사' 간청(이번엔 로또는 안 빌었다)하고 하산하니 딱 다섯 시다. 트렁크에 장비 챙겨 넣는데, 이번에는 갈퀴가 안 보인다. 염병... 다시 올라갔다 왔다.

 빠른 길을 두고 예비군 교육장 뒷길을 올라 조치원 여고 앞길을 지나 대로와 합류하는 신호등 앞에 멈춰 "십여 년 전, 고생 끝에 조치원 여고 바로 옆에 원룸 신축하더니 젊은 나이에 돌연 심장마비로 운명한 영남이 동생 영진이"를 문득 생각하는데, 전면 창에 빗방울이 비추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와 장비 집어 던지고 마당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문 순간, 바람종이 거세게 울며 서재 앞 차양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가는 시간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삼월이 년.
 들고 나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에 쑤셔박혀 눈치 보다가, 마스크를 벗고 사정하니 어슬렁 기어 나왔다.
 나와서 잠깐 애교 떨고는 "집 나간 몸종이 돌아오려나?"  이내 골목 끝을 보고 아사녀를 자청한다.


  '선영에 함께 델꼬 갈까? 말까?' 아침에 문단속하며 잠깐 고민했었는데, 종일 혼자 집 지키느라 심심하긴 했겠다.

 어쨌건, 일 많이 하고 내려왔고 때맞춰 비도 오시니 몸은 피곤해도 모처럼의 밥값에 맘이 개운하다.

 

그리움에 고하다.

밤부터 종일 내리는 비.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가뭄의 염려를 덜어줄 만큼은 되는 듯 싶다. 빛을 막아 놓은 이 일상의 울 안에 웅크려 있는 것이 왠지 죄스럽다. 현관을 열어 놓고, 서

sbs150127.tistory.com


 
 20230404화
 현미-떠날 때는 말 없이(1964) mix 두사람(1966).
 현미(1938~2003. 향년 85)
 개인적인 회환이야 왜 없었겠냐만,
 일생, 참 원 없이 살다 가셨다. 음악도 사랑도...
 배고푸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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