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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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끽연

구업.

by 바람 그리기 201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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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조금은 아는데도 옥편을 펴고 닫으며 애먹었다.

약자에, 지금은 쓰이지 않는 글자에, 무엇보다 등사기로 프린트했던 원본을 영인본으로 제본하는 과정에서 글자의 선명도가 떨어져 알아볼 수가 없으니…. 1960년 9월 25일 인쇄.

내가 태어나기도 전. 그 많은 고민들….

아픈 눈을 참아가며 간신히 마무리 짓고 커피를 타들고 마당에 나와 앉았다.

 

귀뚜리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높이 걸린 달.

윈드벨 소리.

어둠….

서늘한 바람….

 

누가 또 저 달을 보고 있을까?

 

내 지난 시간의 복기.

옅은 자아와 경망스러움.

구업을 너무 많이 지었다.

그 많은 구업을 어찌하나.

허접쓰레기 같은….

 

"돌을 사랑해 봄은 어떠신지…."

...지금은 그저 바닥에 들러붙은 지렁이가 되었으니 어쩌나.

돌도 사랑해보지 못하고.

 

커피가 다 식었네.

들어가 자자.

춥다.

담배 한 대 더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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