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체국 계단엔 벌써 전부터 색색의 소국 화분이 놓였습니다. 더러는 꽃잎을 틔운 것도 보입니다. 투석하시는 동안에 피부과에 들러 어머니 무좀약을 처방받고 약국에 들러 마데카솔 한 튜브를 샀습니다. 모기에 물린 오른발목 근처를 왼발 뒤꿈치로 벅벅 긁었더니, 까진 그곳에 딱지가 앉았는데도 덧이 난 건지 욱신거려서요.
처음 병원을 나설 때부터 마음먹은 일이지만,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도 여기저기 화원을 기웃거렸어요. 마당 화단에 갈조가 점점 깊어지니 보기가 싫어서요. 어머님이 가끔 볕을 쬐시며 바라보는 곳이거든요.
값도 색도 수형도 딱히 맘이 드는 것이 없어 그냥 집에 들렀다 다시 병원으로 나서는데 영 서운했어요. 병원으로 가던 걸음을 지나쳐 재래시장 안, 묘목 파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꽃이 하나도 벌지 않고 가격이 적당한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투석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와 화분에 이식했습니다. 겨울을 잘 날 것인지 걱정스러워 그냥 화단에 이식하려다가, 놈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려면 아직 열매가 푸른 자리공을 뽑아내야 해서요. 이식 후 넉넉하게 물을 주었는데, 그 고인 흙탕물을 삼월이 푼수 년이 벌꺽 벌컥 들이마십니다. 밤사이 국화꽃망울 특식을 자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하늘이 비 담은 구름처럼 마당 가깝게 내려앉았습니다. 땅거미이겠죠? 김성호에 회상을 듣습니다……. 찢어진 사진 한 장 남질 않았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