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다녀왔으니 돈 바꿀 일이 편편합니다.
삼월이 언니께서 선물 받은, 영화 속 토르의 해머만 한 무 중 두 개를 깎둑썰어 소금에 절여 놓고 고민합니다.
고민은 양념류의 구매에 대한 후속 일정의 선택에 관한 것이었어요.
"장날이니 일 원이라도 아끼려면 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고"
"그러려고 이미 절여 놓은 것을 병원 일정 후로 미루어 놓으면 모두 망칠 일이고"
전자는 내 능력의 실체가 던진 의문이고, 후자는 내 본성의 자존심이 던진 의문입니다.
그 절충의 답을 안고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곁다리로 깍두기를 담아놓고, 첫 끼니를
때우고 집을 나섰습니다.
몇 달 전처럼, 그냥 주사 한 방 맞고 올 생각으로 동네 마트에서 일차적 고민을 타협하며 깍두기를 담아 놓고 나선 길이었죠.
"어이고... 예전 찢어진 데가 걸레가 되었네. 여기는 염증에 퉁퉁 부었고... 어라? 여기는 물도 찼네?"
가늠하지 않게 이어진 의사님의 협박.
"어쩔 거욧! 앞으로 2주 동안 무조건 어깨 쓰면 안 되고요, 무조건 2주는 치료 받아야 해요. 이 상태로 조금 지나면 숟가락질도 못 합니다. 어쩌시겠어요? 치료받으시겠어요? 답이 뻔한데 약속 안 하면 주사 안 놓겠습니다"
"염병..."
"이제껏 세 번 맞았으니, 그냥 예전과 똑같이 맞고 나면 한동안 거뜬하겠거니..." 생각하고 나선 길이 당황스럽습니다.
자려고 등짝을 바닥에 펴는 순간, 오줌이 질금거릴 정도의 예전과 다른 통증 앞에 근 열흘 동안 잠을 못 이루며 찝찝하기는 했어도 말입니다.
의도 없이 내 계획이 굴절되고 물리치료 침상에 누워 눈을 꿈먹거리는데,
버즈에서 나오는 모든 음악이 참으로 서럽습니다(어쩐지, 버즈를 또 챙겼더랬더니...)
서러움은, 누워 있는 지금의 미련에서 출발해 근육이 처음 찢어진 20년 전 한 곳을 바라보던 그 미련했던 그날로 꼬리를 물고 달려가며 모든 기억을 후회로 던졌습니다.
장날이니,
좋아하는 굴 값이 웬만하면 파장에 잡아 올 생각으로 가볍게 나선길이 그리되었습니다.
"염병할!"
그래서, 돌아오다 속상한 마음을 낮술로 달랬습니다.
낮술로 내게 던진 측은함을 달래고 돌아와, 김치도 아니고 젓도 아닌 짝퉁 굴젓을 담아 놓고.
설거지 하고 정식 술밥을 먹으러 나섰다 돌아왔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처럼 왜 이러는 겨?"
쉴 틈 없는 건배에 친구가 나무랍니다.
나는 내 속엣말의 읊조림으로 지금의 내게 답합니다.
"그래, 나는 여태 내 스스로도 희한했던 부족한 그날 현상의 자존심을 인정할 수 없어 그 왜곡을 어떡하든 회복하려 애썼던 거"고...
"궁핍했던 젊은 날, 우연하게 마주한 아무개의 부족했던 현상만을 오로지 생각했다면 진작에 뒤돌아섰을 일"이라 하는,
...
그대, 잘 가라.
202411192500화
성봉수-그대,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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