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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5일.
11년 전.
영등포역 뒤편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고,
노숙자들 틈에 앉아 밤을 새우고 온 날이었나?
아니지..
아니여.
마흔여섯.
잡을 수 없었던 손.
마침내 오지 않은 이름...
참 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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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가르는 날.
담가 놓은 보리쌀 밥 지어 놓고,
우찌 우찌 하다 보니 날이 훤하다.
비가 아래서부터 올라온다니, 그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인데...
독도 씻어 놓지 않았고 메주도 다 부서졌으니 일이 많다.
달력을 보고 손가락을 꼽아보니 장 담근 지 70일이나 됐다.
45일에 맞춰 표시해 둔 거 같은데, 달력을 한 장 겹쳐서 넘겼던 건가?
가만 생각하니, 묵은장이 많아 일부러 오래 띄운 듯도 싶고.
내가 한 일도 기억을 못 하니 원...
어쨌건 간장은 진국으로 맛있겠다.
밤을 꼬박 새웠으니 정신도 몸도 맑지 못한데 그렇다고 비 예보가 있는 날에 지금 자리에 누웠다가는 낭패 볼일 생길 것도 같고...
"고맙다
세월이 원망스럽지.
어떤 할머니가 내 모습이라니.
결국 병원 문턱만 드나드는구나.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
너도 네 몸 좀 돌보며 살아
지나고 보니,
그 힘들었던 시간도 잠깐이었어!"
큰 누님이 보냈던 문자를 읽었다.
쉰여덟.
지금 내 나이보다 한 살 더 잡수셨을 때다.
그땐 몰랐는데,
참….
그리고 삼 년 후 누님은 떠났다.
생각하니,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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