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영 떼 보식한 걸 생각하니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서운해하며 10시 무렵까지 퍼질러(사사오입해도 3시간이긴 하지만) 자고 일어났습니다.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부엌문을 밀치고 나섭니다.
"아, 개봉수가 장독 뚜껑 열러 옥상 올라가는구나!"

문 여는 소리에 삼월이가 지레짐작하고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앞서 올라앉았다가, 바라만 보는 내 모습에 대가리를 갸우뚱거립니다.
독 뚜껑을 열어두고 내려와 오래된 집 마당을 어슬렁거립니다.

어제 산에 갈 때만 해도 변변치 않던 앵두꽃이 집에 돌아오니 한낮 동안 많이 벌었는데요, 오늘은 더 많이 매달렸습니다.

불두화 새순도 점점 고사리 티를 벗고 있는데요, 문득 '부처님 손 같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주 전(벌써 그리되었나?)에 심은 튤립 구근.

아직도 꽃대는 기약 없고 이제야 꽃대 보자기가 펼쳐질똥 말똥입니다. 어느 세월 일지 기약 없는 개화. 열 개를 넘게 심었으니 무슨 색의 꽃이 필지 궁금합니다.
지난 장에 세 포트에 만 원짜리 전통시장 상품권과 바꿔 온 땅꼬마들.


볕 잘 드는 남쪽을 보게 해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대문 앞의 이 소변기를 진짜 소변기로 남겨 둘 수 없어 안쳐두었습니다.

다년생으로 봄이 오면 다시 살아난다니 올 계절 내 잘 뿌리내리길 빌어봅니다.
마당 잔디도 푸른 순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 남도의 마당엔 라일락 향기가 한창일 텐데요,
오래된 집 마당엔 이렇게 봄이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삼월이,
왜 내 옆에 붙어서 벅벅거리는지!

때가 껴서 연탄 광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꼬질꼬질합니다.

환하게 볕이 든 오래된 집 마당.

바람종이 연신 바람 무늬를 그리고 있습니다.

앵두꽃이 다 질까 걱정입니다.
볕 좋은 날.
집 안에 있기엔 아까운 날.
나가봤자 술 밖에 더 먹겠냐? 싶어 고민되는 날.
고민하다 하루 다 가고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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