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는 어땠나요?
하늘이 청옥 빛으로 깊었나요?
그 바다 위에 구름이 정말 솜사탕 같던가요?
바람은 또 어땠나요?
이르게 추석이 닿는 해,
성묫길에 바라보는 황금 들판에 불던 그 바람 같았나요?
그렇게 따뜻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었나요?
여기는 그랬던 오늘,
거기도 그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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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망각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흰 돌과 검은 돌이 같은 집을 이룬 대국(大局)이리라 착각했던 내 어제는,
당신이 망각하는 수에 내 기억의 수가 만방으로 지고 있음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계가(計家)하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말입니다.
아침 세수할 때 낯빛이 수상했습니다.
오늘도, 어제 구상했던 일의 꼭 3할만 진행되었습니다. 길마다 벽을 만나고 걸음마다 돌부리에 걸려 요즘은 늘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하며 집에 돌아왔습니다.
등골에 땀이 흐릅니다.
얼른 샘에 나가 물 뿌려야겠습니다.
그런데 폰이 안 보입니다.
대문 안에서부터 서재까지, 안경을 바꿔 써가며 열 번이 넘도록 기웃거려도 없습니다.
등골에 땀은 점점 더 흐릅니다.
집에 없는 게 분명하면, 마지막 쓴 곳이 약국이니 그곳에 있을 텐데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갑자기 명치끝에 뭐가 걸리더니 구역질이 납니다. 어지럽습니다.
등골에 흐르던 땀이 식은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체한 거 같습니다.
어쩐지, 아침 거울에서 마주 본 낯빛이 거무죽죽 수상했습니다.
양손의 엄지 검지를 따고, 위장약을 찾아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체한 것 같은데, 체할 만큼 먹은 게 없습니다.
10시 무렵, 아버님 잡수신 사과와 배 1/4쪽씩을 가위로 삐져 담고 딱딱하게 굳은 제사떡 한켜의 반을 어묵처럼 잘라 섞고, 거기에 어제 먹다가 깜빡하고 종일 밖에 두고 저녁에 일 마치고 들어오며 냉장고에 넣어뒀던 빨대 꽂은 두유 반 팩을 쏟아 개밥을 만들어 레인지에 돌려먹은 게 전부입니다.
먹고 나서 식모커피 한잔하고 약 한 주먹 넘겼을 때, 뭔가 불편해서 그억거리며 물을 몇 잔 더 먹었는데.
그때 이런 증상이 약간 있기는 했습니다.
"약이 목구멍을 못 지나쳐서 그러려니..." 물만 디립다 몇 잔 먹고, 밖에 일 잘 보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그렇습니다.
어차피 전화 찾으러 가야 하는데, 상황이 최악으로 다운되기 전에 얼른 약국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약국 의자에 엎어져 잠시 숨 돌리고, 약사가 건넨 약을 송장 입에 노잣돈 떠넣듯 조곤조곤 넘기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는 선풍기를 양쪽으로 틀어놓고, 파장 무렵 다 녹은 떨이 동태처럼 중력에 오롯이 몸을 던지고 늘어져 심호흡합니다. 육신을 바닥에 던져놓고 혼은 빠져나와 얼마간 지켜보다가, "죽은 겨? 살은 겨?"다시 육신으로 들어와 보니 상태가 안정된 거 같습니다.
마침, 지인 부고 전화받고 부고장 퍼 나르고 나서 전화 잡은 결에 끄적거리다가 보니 또 어지럽고 헛구역질이 올라옵니다.
"어허... 낭패일세..."
똑 이랬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무시로 수돗가로 뛰어가 토하고 들어오던 내가, 선생님께 조퇴로 쫓겨 집에 오다가... 오다가... 천변 둑길에 자전거와 함께 쓰러져 노오란 하늘이 뱅뱅 돌아가는 것을 한참 지켜보다가, 멀고도 멀었던 농협창고 옆길을 어찌어찌 기어와 마루에 쓰러져 눈만 꿈먹거리고 있었을 때. 할아버지께서 당신 키만큼이나 길었던 새끼손가락으로 청심환 반 알을 개어주셨는데, 오늘 약국에서처럼 쪼르륵 쪼르륵 넘기자마자, 먹은 거에 백 배는 더 되는 노란 물을 토해냈습니다.
마침, 이웃에 사시던 순경아줌마께서 퇴근길에 다 죽어가는 나를 둘러업고 아편쟁이라고 소문났던 시장 안 인제병원으로 데려가, 커다란 유리 주사기에 든 샛노란 약을 엉덩이에 맞히고서야 살아났습니다. 병원에 간 과정이 사설과 같았던 건지, 다 죽어가는 손자 살리려고 할아버지께서 부탁하셨기 때문인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약국에서 돌아오는데,
상태나 상황이 똑, 그 중학교 조퇴 길과 비슷했습니다.
그때도 아침을 안 먹고 가서 처음에는 힘이 빠졌고, 그러다가 식은땀이 났고, 어지러워졌고, 그러다가 토악질이 시작되었고, 나중에는 끈끈한 녹색의 점액과 노란 물이 물풍선 터지듯 번갈아 와락 쏟아져 나왔고, 그러다가 죽은 건지 산 건지 나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그 병명이 "토사곽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기 전에 얼렁 마지막 약국에 들러 청심환을 사서 돌아왔습니다.
아니, 환은 없고 병입밖엔 없었지만, 마지막 약국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만 원짜리냐, 만 오천 원짜리냐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만 원짜리를 선택했습니다.
엇!
방금 방귀 나왔습니다.
삼천포로 가고 있는 시간을 멈추라는 경적 같습니다.
드디어 내일은 구강내과 가는 날입니다.
어떤 쪽으로든 결론은 내고 돌아와야 하는데,
밤새 거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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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룬!
측은지심도 없는 눔아! 아...ㄴ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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