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꽃, 눈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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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2007.07.03~2023.12.30)

돌꽃, 눈물꽃.

by 바람 그리기 202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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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서 3층 옥상으로 올라서는 계단 아래.
 어디서 날아온 씨앗 하나,
 콘크리트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몇 해인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 병원 모시고 다니느라 집안 어디도 곁눈질 할 수 없었던 어느 해부터였으니,
 얼추 10년 가까이는 되지 싶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나무가 자랄 정도니,
 집안 꼴이 어떤지 말해 무엇하랴.


 점심 볕 좋은 시간.
 삼월이를 앞세우고 장독 뚜껑 열어 놓으러 올라가니,
 꽃이 활짝 폈다.
 나무 아래서야 많이 보았어도, 코앞에 오동나무꽃을 보기는 처음이다.
 우리 엄니 좋아하시던 연보라.
 분재처럼 기괴하게 휘인 나무줄기.
 어디 가서 이렇게 잘생긴 오동나무를 보랴만...
 뿌리가 지붕 뚫고 내려오기 전에,
 올가을엘랑 뽑아 버려야겠다.



 

 

 202005113103월

 발효균 앉은 막을 휘저어주다가 조리를 놓쳐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담가 건져내고 잽싸게 내려와 박박 닦았어도 손끝에서 종일 짠 내가 나서 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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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이 지난 아침,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서는데 노트북 위에 놓인 꽃송이.
 아드님이 전날 삼월이 언니에게 준 것을 보며,
 "(삐들삐들 말라가는 것 보기 싫어)'꽃, 안채에 놓지 말고 건너 채에 놔'했더니 기껏 여기다 놨네"



 중얼거리며 자리에 눕는데 봉투가 보인다.
 (이상하다? 뭘 잘못 먹었나? 돈 봉투 빼는 걸 깜빡했네?)
 12시쯤 일어나 담배를 물고 곰곰 생각하니 이상하다.
 (짠 내 나는 여편네가 돈 봉투를 잊을 리가 없는데?)
 아드님께 여쭤보니, 아드님이 놓아뒀단다.
 대답을 들으며 돌아서는 마음 한편으로,
 (직장생활을 한다고, 사람 노릇 하느라 어른 노릇 하느라 애쓴다….)
 -큰따님은 엄마 아빠 궈 드시라며 소고기 두어 근 끊어 주셨고, 막내 따님은 그 상 차고앉아 쫩쫩 잡수셨고.



 정군.
 파전에 막걸리를 먹으며 사과한다.
 "제가 아무것도 몰라 그랬습니다..."


 자리를 옮겨 잡은 소맥 '테린'
 콧물을 고드름처럼 매달며 눈물을 찍어낸다.

 많이 힘든 모양이다.
 '바다는 늘 그만큼인데, 난 자리를 보는 사람은 빈 곳만 든 자리를 보는 사람은 찬 곳 만큼만으로 바다의 크기를 가늠한다. 시야를 넓고 여유롭게 가져라' 했다.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넉 달 만에 시협 모임.
 *오후엔 목 뺄 겸, 혈압약 탈 겸 병원 다녀와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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